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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남매의난 시즌2] 구미현 신임 회장, 아워홈 경영권 매각 공식화했지만...매각까지 '산 넘어 산'

Numbers_ 2024. 6. 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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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남매의난 시즌2] 구미현 신임 회장, 아워홈 경영권 매각 공식화했지만...매각까지 '산 넘

아워홈 오너가 남매의 난에서 승리한 구미현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 하루 만에 회사의 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작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 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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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현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19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회사 매각 계획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외관 전경. / 사진 제공=아워홈

 

아워홈 오너가 남매의 난에서 승리한 구미현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 하루 만에 회사의 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작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 이양 수순을 밟겠단 의지다. 다만 구미현 회장의 바람대로 해당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분을 매각하려면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네 남매의 지분 비율이 대등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동의를 얻더라도 구지은 전 부회장 등 주요 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는 점은 변수다.  

20일 아워홈에 따르면 구미현 회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대표이사 취임 인사말을 전했다. 구미현 회장은 이날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아워홈의 경영권과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겠다는 의미로, 4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이후 구미현 회장이 공식 입장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아워홈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구미현 회장의 취임과 함께 그의 남편 이영열 사내이사를 부회장으로, 이영표 전 구자학 선대회장의 비서실장을 경영총괄사장으로 선임하는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서 돋보이는 점은 이 경영총괄사장의 등장이다.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아워홈에 몸담았던 그는 구매물류, 재무, 회계 등 실무 현장과 경영지원부서를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구 회장 부부가 기업을 직접 경영해 본 이력이 없는 만큼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구미현 회장이 신규 경영진으로 믿을만한 인물을 직접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장은 선대회장 시절부터 오랫동안 근무해 온 만큼 회사에 대한 이해도와 로열티가 높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영권) 매각 전까지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미현 회장 부부의 궁극적 목표가 경영이 아닌 매각이라는 건 앞서 구지은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임사에서도 간접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17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회사의 성장, 특히 글로벌 사업에 대한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경영 복귀와 함께 회사 매각을 원하는 주주들과 진정성 있는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미현 회장이 지분 매각에 성공하기까지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먼저 주주 지분부터 어느 하나 쏠림 없이 대등해 압도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아워홈은 네 남매가 발행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구자학 선대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장녀 구미현 회장 19.28%, 차녀 구명진 씨 19.6%,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 20.67% 등이다. 그간 네 남매는 ‘장녀·장남 vs 차녀·삼녀’ 구도로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다.  

이는 언제라도 남매간 뜻이 틀어지면 연합전선의 붕괴와 함께 결과가 번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법상 지분 3% 이상 주주는 언제든 임시주총을 열 수 있다“며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를 새로 연다면 결과는 또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만약 이사회에서 지분 매각을 승인하더라도 주요 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는 점은 변수다. 아워홈 정관은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넘겨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매수자로 나선다면 구미현 회장의 당초 경영권 매각 계획은 안갯속에 빠지는 셈이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