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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함정시장을 리드하는 톱 플레이어는 전통적인 조선소가 아닌 L3 해리스, 레이도스 등 플랫폼 제조 및 통합업체다"
한화시스템 측은 미국 필리 조선소 지분 취득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6대 4의 비율로 필리 조선소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 사실상 인수 주체는 한화시스템인 셈이다.
군함을 건조하는 한화오션이 뼈대를 구축한다면 한화시스템은 기술을 심어 살을 붙이는 역할이다. 세계 군함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조선소 단일 역량만으로 부족하고 L3 해리스와 레이도스처럼 기술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인수 구조를 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판 레이도스…미국 군함 사업 '뇌관'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인수 검토 단계부터 방위·해상풍력 산업 시너지를 위한 미국 조선소 인수합병(M&A) 염두에 뒀다. 재계에선 한화오션 홀로 진행하기는 어렵고 다른 계열사가 공동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한화시스템의 참여는 예상 밖이라는 평이다. 한화시스템 외에 무기 수출이 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투자를 타깃으로 신설된 한화퓨처프루프 등 쟁쟁한 계열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판 레이도스다. 방어 솔루션 연구에 특화된 레이도스는 2016년 록히드마틴의 IT 부문을 흡수하면서 미국의 최대 방산 정보기술업체가 됐다.
한화시스템 방산 사업의 전신은 삼성전자와 프랑스 탈레스 그룹의 합작사인 삼성탈레스다. 한화는 2015년, 2016년 삼성전자, 프랑스 탈레스그룹으로부터 순차적으로 협상해 회사 지분을 인수했다. 한화탈레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2018년 ICT 회사 한화에스앤씨와 합병해 지금의 방산·IT 통합 모델을 구축했다.
사격통제, 광학시스템, 지휘통제, 레이다시스템 등 한화시스템 보유 기술은 무기 체계의 '두뇌'로 통한다. 이런 기술은 육·해·공·우주 등 다방면에 활용되기 때문에 숨은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이 필리 조선소 인수에 참여한 것도 군함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 무인체계 기술을 미국 내 건조하는 자율운항 선박에 접목할 가능성이 높다.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 등 해양무인체계 기술, 함정용 레이다, 함정용 표준 MRO 플랫폼 등 주력 기술과 선박 건조 역량간 결합이 예상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통합제어장치 등은 선박의 뇌관같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은 다년간의 체계 통합 기술과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소프트웨어 기반 방산전자 분야의 첨단 기술 보유 업체로 필리 조선소 인수는 글로벌 시장 진입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추가 M&A 가능성…여윳돈 필요
한화시스템의 필리 조선소 지분 참여율은 60%로 한화오션(40%)을 앞선다. 지분율로만 보면 이번 M&A 주체는 한화시스템인 셈이다. 지분율이 엇비슷하면 양사 장부에 공동 기업으로 올라가지만 필리 조선소는 한화시스템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될 개연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60%의 지분을 투자하는 한화시스템의 연결 회사로 들어가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더 많은 인수 대금을 치르게 된 배경은 한화오션의 추가 M&A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오션은 호주 조선 업체 오스탈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오스탈은 호주에 본진을 두고 미국에서도 해군 선박을 설계·건조한다. 한화오션은 호주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오스탈 경영진에 10억 호주 달러(약 9000억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한화오션이 유증을 통해 확보한 1조4900억원의 6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막대한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이 필리 조선소 지분을 취득하려면 6000만 달러(한화 883억원)가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의 올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 규모는 4300억원으로 외부 차입 없이 자체 자금만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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