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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 정몽준·정기선 부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주식담보대출은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고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 재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은 HD현대 주식 절반이 담보로 묶여 있다. 대출금을 갚기 전까지 사실상 없는 셈쳐야 하는 지분이다. 이는 정 이사장이 대출금을 상환하기 전까지 사실상 승계를 완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서 단기간 수천억 대출
정 이사장은 지난 4월 KEB하나은행과 2615억원의 대출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 담보는 HD현대 주식 824만7435주다. 최초 계약 실행 시점은 2018년으로 1년마다 재계약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2018년 2615억원을 빌린 데 이어 같은 은행에서 HD현대 주식을 기반으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 2018년 대규모 자금을 빌린 것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에게 현금 3040억원을 증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이사장의 차입 시기와 맞물려 정 부회장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HD현대 지분을 매입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1월 하나증권을 통해 500억원을 더 빌렸다가 3월 교보증권에서 500원을 차입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했다. 교보증권에 맡긴 HD현대 주식은 120만7730주다.
'주담대' 부메랑…금융사에 묶인 父 주식
최근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는 것을 볼 때 승계 정공법을 택한 것 같다. 정당하게 주식을 매입해 지배구조 꼭대기에 올라서는 정공법은 기존 최대주주의 주식을 물려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석 달간 388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지만 지분을 0.68%p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추가 매입한다 해도 유의미한 수준까지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현금과 주식에는 증여세율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현금 증여 이후 주식을 매입하면 시세 변화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고 말했다.
HD현대 부자의 승계 방식에 따른다면 기존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의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정 이사장의 주식이 금융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기간에 편리하게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활용한 주식담보대출이 족쇄가 된 셈이다.
지금까지 정 이사장이 담보로 제공한 HD현대 주식은 1142만2295주로 보유주식 2101만1330주의 54%에 해당한다. 정 이사장이 계약한 담보대출은 최장 1년으로 단기 대출이지만, 상환액이 3715억원에 달해 단기간에 갚기 어렵다.
정 이사장이 담보로 맡기지 않은 주식 958만9035주를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정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18%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에 따라 정 이사장의 지분은 26.6%에서 14.5%로 낮아진다. 그러나 향후 정 이사장의 잔여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세금을 두 번에 나눠 내게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대출해준 금융기관에서 정 이사장에게 추가 담보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담보력을 유지하려면 상환 전까지 주식을 증여하기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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