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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탈탄소화(Decarbonization)'가 점점 거세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요. 올해 상반기에도 인도, 미국, 멕시코에는 불볕더위가 찾아왔고 케냐와 중국, 러시아, 프랑스에는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은 국제사회에 탈탄소화 중심의 연대와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명 피해와 지역 사회의 파괴를 초래하고 경제적 손실까지 피해가 막심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동성은 글로벌 경제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불확실성이 커지는 문제는 자본시장에서도 반기지 않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각종 변화를 주시하며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앞서 탈세계화(Deglobalization)에 이어 탈탄소화를 둘러싼 경제 구조의 변화와 자산운용사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탈탄소화 성큼…친환경 로드맵 발표∙글로벌 자금 투입
갈수록 거세지는 기후변화는 각종 경제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경제학자 아드리안 빌랄은 지난 5월 '기후변화의 거시경제 영향' 논문을 통해 지구의 온도가 섭씨 1도 오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120년간 173개국에서 나타난 기후 데이터와 GDP, 투자와 생산성 등 경제 정보를 분석하고 이 같은 결과를 내놓았지요.
논문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면 6년 후 세계 실질 GDP는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투자 자본의 감소와 생산성 하락, 국민 소득의 감소 등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주장이지요. 빌랄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부의 축소비율이 지속적인 전쟁의 재정적 손실 수준과 같을 것”이라며 “경제가 성장할 수는 있지만 기후 변화로 매우 더딜 것이며 이 현상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겠지만 그 영향은 매우 아플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위기에서 ‘탈탄소화’는 기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기 때문이지요.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의 도입으로 그 효율을 높일 수 있지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들은 탈탄소화에 일찌감치 주목해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설립 이후 발생한 모든 탄소를 오는 2050년까지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하고 탄소 포집, 저장 기술에 투자하는 등 공급망 내 파트너들과 탈탄소화를 위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농업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농업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지요.
이처럼 시장의 자본 또한 탈탄소화를 향해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큰 손’으로 불리는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캘퍼스)은 탈탄소화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캘퍼스는 2030년 말까지 기후 솔루션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최근 에너지 전환 분야에 약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의사를 추가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싱가포르 국영 투자사 테마섹은 탈탄소화를 위한 파트너십(Decarbonization Partners)을 체결했습니다. 탈탄소화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펀드를 조성했지요. 이들은 탄소 포집의 저장 및 활용, 바이오, 에너지 분야 기업에 주로 투자합니다. 지난 4월 10억 달러였던 목표치를 훌쩍 넘은 14억 달러의 자금 모집을 완료하기도 했지요.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에너지 자립에 당위성이 증가하며 탈탄소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탄소 배출량의 감축 속도는 늦춰지겠지만, 결국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움직임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사회 '새로운 지침' 속속 등장
탈탄소화를 위한 정책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를 의무화하기에 앞서 그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지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국내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오는 2026년부터 시행될 ESG 공시 기준의 공개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지요. 기후 분야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은 기후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놓고 각자의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내부 탄소 가격 등 투자자들이 기업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산업 전반의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국가별로 기후 변화 대응의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4월 세계 각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반영한 채권 벤치마크 지수인 ‘블룸버그 기후 국채 지수군’을 출시했습니다. 국가별로 기후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 투자 등을 제시해 미래를 측정할 수 있도록 고려한 점이 특징입니다.
투자자들 역시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잇따른 기후 공시제도 도입에 더해 맞춤형 지수까지 등장하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은 ESG와 관련된 요소들을 의사 결정에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올 1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애덤스스트리트파트너스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지역을 아우르는 106곳의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3%의 기관 투자자들이 ESG를 고려한 의사 결정이 투자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다고 밝혔습니다.
‘탈탄소화 장려’ 투자자, 'ESG 통합 프레임워크·주주행동주의' 활용
투자자들은 탈탄소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지속가능 투자 철학을 20년 이상 고수한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Schroders)는 슈로더 그룹 산하의 재생에너지 전문 운용사 ‘슈로더 그린코트’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탈탄소화에 앞장서고 있는 슈로더 그린코트는 지난 2월 영국에서 거래된 태양광 포트폴리오 중 최대 규모인 ‘투칸 에너지’를 약 1조177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슈로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피투자기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키우고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관리하고자 영국에서 시작된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를 2010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자산운용사이기도 합니다. 주주행동주의(Active Ownership)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도록 피투자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고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장려합니다. 올해 슈로더의 글로벌 의결권 행사 내역에서 기후변화(38%) 의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피투자기업의 ESG 요소를 파악해 효과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도록 통합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프레임워크는 펀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과정에서 전통적인 금융 분석과는 별도로 제공하는 일종의 투자 접근법을 말합니다. 슈로더는 2020년 이후 운용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ESG 프레임워크 아래 통합했습니다.
마리나 세베리노프스키 슈로더 북미 지역 지속 가능성 책임자는 “우리는 기후 변화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치 평가가 각 회사에 전환이 창출하는 위험이나 이익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여부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시장이 제공하는 구조적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을 파악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도 주요한 투자 전략으로 기후 변화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초과수익을 목표로 내걸고 2012년부터 ‘투자배제’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지요. 이들은 투자 대상 기업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부분에서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집행한 투자를 회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2년 이후 이들의 투자 회수 건수는 총 440건에 달합니다.
선택 아닌 필수, 장기적 관점과 접근 필요
기후 변화 대응은 이제 선택의 영역을 벗어나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물리적 재해와 에너지 비용의 상승, 규제의 변화 등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탈탄소화 전략은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과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탈탄소화의 미래가 뒤바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머빈 탱 슈로더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속가능성 부문 대표는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린 ESG 투자 시장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실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얻은 주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공화당이 우세였던 주들이 많았다”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기후 변화와 노동 환경 문제 등을 어떻게 개선하고 공급망을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자산시장의 리스크를 경고하며 떠오른 ‘기후 민스키 모멘트’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이는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연구에서 나온 개념으로 투자자들이 급작스러운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한 잠재적 리스크를 뒤늦게 인식해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고 글로벌 경제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2015년 영국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전 총재는 안일한 시장 대처가 향후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했지요.
이처럼 탈탄소화는 글로벌 경제를 재편하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를 촘촘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요. 사이먼 웨버 슈로더 글로벌 주식 부문 책임자는 “투자자들에게 혼란과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재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탈탄소화를 이끄는 ‘기후 리더’를 가려낼 수 있도록 정치사회적 이슈와 함께 다양한 구조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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