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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각종 요인으로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요인으로 세가지 구조적 트렌드를 꼽았습니다. ‘3D 지각변동의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탈세계화와 탈탄소화 흐름과 함께 꼽히는 ‘인구통계(Demographics)’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점차 심각해지는 노동력 공급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곧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의미지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98만8411명을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2050년에는 19세부터 34세에 해당하는 청년 세대의 비중은 10명 중 1명꼴로 대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통계청의 6월 보고서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30년 후 청년 세대의 인구 비중이 11%까지 급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지요. 2020년 기준 전체 청년세대 중 81.5%가 미혼이었는데 인구구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는 방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 결혼과 출산율의 감소 등의 인구통계학적으로 복합적인 요소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 성장동력 약화, 연금 및 의료 관련 재정 리스크의 심화 등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요.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맞닥뜨린 세계 각국에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큰 변화가 예고됐지요.
전문가들은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은 인구감소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실사용에 앞서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는 자본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Schroders)의 아자드 잔가나 유럽 수석 전략가는 “세계 경제는 계속해서 인플레이션과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노동 비용 또한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각국은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응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니 존슨 프랭클린 템플턴 대표도 지난 1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금융 포럼에서 “인구통계학적으로 고령화는 전 세계를 동시에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젊은 경제권은 곧 기회"라고 언급했지요.
이번 시간에는 인구통계의 변화를 바라보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의 시각과 대처 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주목받는 신흥국, 젊은 노동력은 세계경제 ‘반전’ 이끄나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으로 경제 주도국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력한 후보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꼽히지요. 블룸버그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인구가 2050년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이런 점이 자본시장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양국의 탄탄한 인구 구조가 주요 경제 강국으로 도약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피델리티는 이런 인구구조가 신흥시장의 GDP 성장률과 상관관계가 있다며 인구 배당 효과에 주목합니다. 인구 배당 효과는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부양률이 감소하고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를 말하지요. 이안 샘슨 피델리티 펀드 매니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신용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 부분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노동 연령 인구의 증가와 주가 밸류에이션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며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유망 투자처로 꼽았습니다. 산제이 샤 홍콩상하이은행(HSBC) 채권 부문 이사는 “인구의 고령화는 국가의 의료 및 연금 비용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을 요구한다”고 지적하며 “생산가능 인구의 비율이 높은 일부 신흥국은 연금 등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지요.
인구 구조적 변화와 함께 공급망의 재편 등의 요인이 작용하면서 신흥국 경제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신흥국 증시에 점차 많은 투자자가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하지요. 4월 초부터 채권시장에서 재정 안정성에 공을 들이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 이집트 등 신흥국 채권 수익률 상위 국가들이 모두 재정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앙 차우 양 슈로더 아시아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 인터뷰에서 “적자 재정 지출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수와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정부도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투자자의 입장에서 낙관적으로 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안으로 부상한 AI, ‘생산성 감소’ 딜레마 해소할까
세계적으로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최근 인공지능(AI)이 해답으로 떠오릅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유럽 거시경제 책임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이전과 다른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으며, AI와 탈탄소화가 그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에게도 노동력 감소는 이익률 하락과 직결될 수 있는 악재입니다. 전세계 기업 CEO 중 45%가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과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10년 안에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은 105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47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조사 결과, 한국 CEO의 66%가 국내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인구 고령화와 높은 대외 의존도 등 경제 펀더멘털의 취약성을 원인으로 꼽았지요.
국내에서도 인구구조 문제로 민관이 함께 경제 재편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LG전자와 HD한국조선해양, 포스코 등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153여 곳의 기관과 기업들이 노동 생산성 제고를 위한 동맹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요.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지휘 아래 출범한 ‘AI 자율 제조 얼라이언스’는 제조업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는 생산 인구의 감소에 대응하고자 제조업의 AI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투자자들도 인구구조 변화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투자할 기업에서 영위하는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를 따져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지요. 특히 지속가능 투자 철학을 고수하는 슈로더는 투자자들이 우수한 ‘인적 자본’ 관리 기술을 갖춘 회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적 자본의 관리는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구인부터 개개인의 능력 개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지요. 슈로더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기업이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질수록 기업이 이러한 인적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이와 관련, 앵거스 바우어 슈로더 지속 가능 연구 책임자는 “이직률의 감소와 노동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기업의 인적 자본은 곧 기업의 경쟁력과 회복력”이라며 “특히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증강하고 직원의 건강과 교육에 신경 쓰는 기업이 점점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투자처 등장하나…”시장 대응 능력 키워야”
자본시장의 종사자들도 인구구조 문제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자금 흐름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AI 투자 랠리가 있습니다. 해당 섹터는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따른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AI와 헬스케어 섹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기존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이미 지난해 AI 기반의 기술주는 유망한 투자 테마로 떠올랐습니다. 슈로더가 5월 26일부터 7월 31일까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33개 지역 2만30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 2023’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65%의 투자자들이 작년 상반기부터 기술주의 매력도가 꾸준히 상승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동기 대비 전체 펀드 순자산이 10% 가까이 늘어났다고 발표하며, AI 열풍 속 반도체 관련주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와 헬스케어 섹터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사모자산 전문 운용사 슈로더 캐피탈의 스티븐 양 벤처투자 부문 대표는 향후 벤처 업계를 이끌 메가 트렌드로 AI와 헬스케어를 꼽았지요. 국민연금은 올해 고령화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큰 데이터센터나 산림지 등 섹터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투자공사(KIC) 또한 AI와 헬스케어를 비롯해 새로운 공급망 재편으로부터 파생될 투자 기회를 물색하겠다며 투자 청사진을 발표했지요.
이처럼 인구구조 변화는 탈세계화, 탈탄소화와 함께 자본시장을 뒤흔드는 ‘3D’로 불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지요. 투자자들은 3D가 시장에 가져오는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련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전략이 요구됩니다. 또 지속가능한 투자처를 가려내는 유연한 시각도 필요하지요.
요한나 키클룬드 슈로더 그룹 최고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의 변동과 그로 인한 경기 사이클의 확장, 둔화, 불황과 회복 등 더욱 세분화되고 어려워지는 자본시장의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유연한 접근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해지고 있다“며 “‘3D 지각변동’으로 인해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양호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야 할 때”라고 제언했습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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