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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다시 사업 구조 개편 카드를 꺼냈다. 시장은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분할 후 매각했을 때 보다 술렁이고 있다. 한 때 애물단지로 평가받던 두산밥캣은 현재 핵심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완전한 결합을 검토하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에너지·건설기계
이번 개편은 두산밥캣의 주식이 포함된 투자사업 부문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게 첫 단추다.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기존 두산밥캣 주주의 지분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되는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100% 소유하게 된다.
개편의 마지막 단추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하나의 회사로 합치는 작업이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교환·이전결정 공시를 보면 "양사간의 기능적·유기적 통합 및 이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합병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구조재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그룹 측은 이번 구조 개편을 검토한 계기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에너지 사업과 두산밥캣의 건설기계 사업간 이질감을 언급했다. 그룹 관계자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사업의 공통점이 많다"고 부연했다.
실제 두산로보틱스 설립 초기 두산밥캣이 기계산업 노하우, 연구개발 인력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밥캣이 북미 시장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두산로보틱스의 북미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모회사-자회사 구조에선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지 않는 이상 시너지 효과를 빠르게 입증하기 어렵다. 양사가 합병한다면 왜 이런 개편안을 내놓았는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상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구조가 기존 대비 얼마나 효용이 높아지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합병이 이뤄진다면 우려는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쪽은 고평가, 한 쪽은 저평가
이번 개편의 실질적 수혜 기업은 ㈜두산이다. 두산밥캣은 연간 현금창출력만 1조원이 넘는 알짜 회사다.
기존 지배구조에선 두산과 두산밥캣간 연결 고리는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밥캣의 미국 법인의 배당금이 두산밥캣을 거쳐 두산에너빌리티로 흘러가는 구조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22년부터 수취한 누적 배당 수익은 약 2000억원에 달했다. 두산에너빌리티 현금은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쓰여 두산으로 흘러갈 여윳돈이 없다. 2017년을 끝으로 보통주 결산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간 지주회사임에도 두산 입장에선 현금 확보에 도움을 주는 곳은 아닌 셈이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두산'으로 현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사업 구조 개편을 꺼내든 속내에는 이런 목적도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한 밸류 업 시류에 올라타려면 두산도 새로운 현금 창구가 필요하다.
특히 두산밥캣이 역사적으로 가장 저점에 있을 때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두산밥캣의 주당순자산가치(PBR)는 0.79배로 심각한 저평가 상태다. 반대로 두산로보틱스의 PBR은 13.8배다. 시총으로 따지면 영업적자인 두산로보틱스가 영업이익 1조가 넘는 두산밥캣 보다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엇박자는 교환비율에 영향을 줬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기준주가는 각각 8만114원, 5만612원으로 교환비율은 0.63대 1주로 정해졌다. 적어도 두산밥캣 주식 2주를 갖고 있어야 두산로보틱스 주식 1주를 받을 수있다는 뜻이다.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 지분 68.2%를 소유한 두산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두산밥캣을 간접 지배하는 모양새지만 향후 합병되면 두산은 두산밥캣을 직접 소유하게 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크게 엇갈린 시점에 맞춰 개편을 시도했다"며 "두산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간접 지배를 통해 현금 확보 가능성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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