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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기대가 높은 SK온을 지원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논의한다. 관건은 SK E&S가 발행하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정리하는 일이다. 이는 합병 과정보다 이후에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SK그룹이 KKR과 계약 당시 체결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SK E&S와 합병 방안을 검토한다. 이사회는 자회사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간의 합병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합병비율을 비롯해 주주설득 등의 방안을 살펴보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이어지는 SK온의 지원 구조를 짜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KKR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SK E&S는 2021년 2조4000억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735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총 3조13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다. 당시 4대 에너지 핵심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 목적이었다. 투자자로 나선 KKR은 RCPS 534만4293주를 확보했다.
KKR이 보유하고 있는 RCPS는 합병의 최대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RCPS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잠재적 부채에 가깝다. SK E&S는 발행한 이후 5년이 되는 날부터 상환에 나설 수 있다. 조기상환 조건은 만만치 않다. 2021년과 2023년 RCPS 상환에 따른 내부수익률(IRR)은 각각 7.5%, 9.5%를 달성하도록 우선주 1주당 발행가액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SK E&S는 상환에 따라 4조원 이상의 자금을 KKR에 지급해야 한다. IRR은 현재 투자한 지출의 가치가 미래의 수입액과 동일하게 되는 수익률을 말한다.
SK E&S가 상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전환기간이 도래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KKR은 발행 후 5년 6개월까지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도 조건이 달렸는데 보통주로 전환하고 희석기준 1주당 가치가 내부수익률(IRR) 17.5%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전환에 나서더라도 7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KKR은 SK E&S가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전환청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배당률이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된다. 기존 3.99%였던 배당률은 매년 5%p씩 가산해 산정한다. 당장 KKR이 전환의사를 철회하면 우선배당률은 8.99%로 오른다. SK E&S가 발행한 RCPS는 이처럼 상환이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RCPS의 상환·전환가격은 발행사의 합병이나 분할, 분할합병 등 변화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의 합병비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B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 2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합병에 따른 변화는 상환보다 전환의 경우에 복잡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우선주인 RCPS의 보통주 전환비율은 1대 2로 설정했다. 만약 합병비율이 예상대로 결정된다면, KKR이 보유한 RCPS 보통주 1주는 SK이노베이션 주식 1주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 셈이다. KKR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병 이후에 전환비율에 따라 합병한 법인의 보통주를 받더라도 IRR 17.5% 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합병 이후에 조기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는 당초 예정대로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2026년 11월에 행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KKR이 합병이나 분할 등 환경 변화에 따른 기한이익상실(EOD)을 내세워 반대할 가능성도 나오지만, 이는 공시에 기재된 조건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이 같은 변화에 따른 상환·전환가격의 조정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청구기간을 앞당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KKR이 보유한 RCPS는 합병 이후에도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양사간 합병의 목적인 SK온 지원사격에도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상환에 실패하고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할 경우, 당초 합병 취지도 퇴색될 여지가 높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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