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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사태와 관련해 30일 마침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구 대표가 2100억원이 넘는 총 피해액을 연일 축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다 티메프가 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산과 채권이 동결돼 채권자들이 당분간 대금을 받기 어려워진다. 큐텐 기업가치가 이미 추락해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보유한 지분을 모두 내놓겠다"는 그의 발언 또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구 대표는 티메프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사재가 얼마인가"라는 질의에 구 대표는 "최대 동원 자금은 800억원이지만 이를 모두 내놓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제가 갖고 있는 것은 모두 회사에 투입하겠다. 2주 동안 지분을 담보로 해서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장 활용 가능한 재산의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구 대표는 전날 밝힌 입장문에서도 "티몬, 위메프 고객들의 피해액은 500억원 내외로 추산한다"고 했지만 피해 규모를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금융당국이 발표한 미정산 금액이 2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5월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로, 6~7월 미정산분이 추가되면 피해액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구 대표는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큐텐 계열사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정우 율성회계법인 회계사는 "보통 지분 매입에서 끝나기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추가 출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큐텐 상황이 좋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매수자가 나타나기 힘들 것 같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한 발언일 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티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구 대표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큐텐은 자회사 회생 절차와 관계 없이 지분을 얼마든지 매매할 수 있는데, 이 소식이 오히려 회사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제 값을 주고 살 사람이 없어 헐값에 팔려고 할 텐데 매각자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커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매수자가 나타난다해도 시장에서 신뢰도를 잃은 큐텐이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모자란 대금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큐텐 결손금은 4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자본잠식 상태라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일 사람은 없어 보인다"며 "(구 대표가) 본인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돈을 갚을 여력이 없는 자본잠식인 기업에 투자할 채권자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티메프가 티메프가 회생법원에 구제를 신청한 것은 구 대표가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메프를 '손절'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가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노리고 무리한 이커머스 인수전을 단행해온 만큼 리스크가 큰 티몬과 위메프를 버리고 큐텐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사실상 구 대표가 이 문제에 손을 떼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한 것도 나스닥 상장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꼬리자르기'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티메프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처분은 채무자(회사)가 재산을 도피, 은닉할 수 없도록 채무 변제와 재산 처분을 금지하는 조치다. 서울회생법원은 다음달 2일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절차를 진행한다. 이날 심문에는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출석할 예정이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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