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조현범 회장의 '10년 대계', 변심한 배경은

Numbers_ 2024. 8. 1. 10:20

▼기사원문 바로가기

 

조현범 회장의 '10년 대계', 변심한 배경은

5월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경영권 인수를 결정한 직후 보도자료에서

www.numbers.co.kr

 

그래픽=박진화 기자


5월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경영권 인수를 결정한 직후 보도자료에서 "10년 전부터 전기차 시대를 내다본 조현범 회장의 남다른 혜안과 치밀한 비즈니스 전략이 만들어 낸 미래 성장 전략의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1만250원으로 시세 대비 웃돈을 얹어줄 만큼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MOU(양해각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지 2개월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개월 전 한국타이어가 평가한 한온시스템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회사'였지만, 지금은 단지 비싼 매물이다. 조 회장의 10년 대계라던 회사는 왜 변심했을까.

 

10년 전 주가하락과는 다른 양상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사모펀드(PE)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25%와 신주 12.2%를 인수하기로 결의하고 MOU도 체결했다. 2015년 한앤컴퍼니는 재무적투자자(FI)로, 한국타이어는 SI(전략적투자자)로 한온시스템에 투자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한앤컴퍼니는 SI로, 한국타이어는 FI로 입장이 바뀐다. 몇 안되는 '배턴 터치' 사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MOU를 체결한 이후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협상 테이블에는 전과 다른 얘기가 오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주 인수 가격 대비 시세가 크게 떨어지면서 한국타이어 측에서 못마땅해 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2개월 만에 분위기가 급랭한 이유는 한온시스템의 주가 하락 때문이다.

이는 10년 전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당시 주가 하락에 대처하는 방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2014년 12월 주당 5만2000원에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매매계약이 종료된 이듬해 6월 한온시스템 주가는 3만4350원이었다. 당시 최대주주 비스테온이 배당을 받아간 것을 감안해 주당 5만1030원씩 계산해 매매 대금을 지급했다. 시세 대비 50% 웃돈을 얹어준 셈이 됐지만 계약을 그대로 이행했다. 그럼에도 인수 6개월 만해 주가가 5만원대를 회복하면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결과를 냈다.

 

신주 가격 두고 이견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0년 전과 상황이 다른  점은 인수 대상에 신주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MOU에 명시된 구주 지분 25%의 가격을 주당 1만250원이다. 당시 한온시스템 주가는 6490원으로 약 60%의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50%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과한 수준은 아니다. 구주는 투자 원금을 보전해주는 대신 신주는 시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협상을 일단락했다.

유상증자 발행가의 경우 시세 대비 할인된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한온시스템 주가는 4000원대다. 신주 가격(5605원) 보다 주가가 낮아 해당 가격에 인수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한국타이어 내부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타이어가 정한 주가 마지노선도 6000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계약 당시 전기차 수혜를 감안해 인수할 만하다 봤는데, 4000원대로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시세 대비 높게 사면 주주들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I 입장에서 경영권 인수를 검토하는 상황이라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내달 3일 분수령


신주 인수계약서에 따르면 주식매매계약 체결 직후 증자 대금이 납입돼야 한다. 납입 예정일은 8월 3일로 늦어도 이번 주 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유상증자 대금 납입 일을 미룰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실사에서 중대한 사유가 나오지 않는 한 구주 가격은 재협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주 가격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유증 결의를 취소하라는 얘기인데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 조성한 펀드가 내년 4월 만기이기 때문에 한국타이어를 놓치면 매각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한국타이어 역시 오너일가의 한온시스템 인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의 실적 회복도 올해 가시화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온시스템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24.8% 오른 3460억원이다. 내년 예상 영업이익은 4700억원에 달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