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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와 티몬 미정산 사태가 큐텐그룹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계열사 중 한 곳인 큐브네트워크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수 년째 매출없이 적자를 이어가는 상태에서 계열사로부터 대여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데다 미국 플랫폼 업체인 '위시'를 인수한 주체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설립된 큐브네트워크는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다.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가 지분 99.99%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길형 위메프 개발본부장 및 큐텐코리아 등기이사 역시 큐브네트워크의 이사로 등록돼있다.
큐브네트워크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큐텐그룹 전반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부터다. 큐텐 계열사들이 서로 대여금을 주고 받은 사이 큐텐테크놀로지 역시 자회사인 큐브네트워크에 자금을 대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등록된 큐브네트워크의 경영실적 보고서와 큐텐테크놀로지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꾸준히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으며 영업보다는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하는 등의 재무활동에서 주로 현금흐름이 발생했다. 회사의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0년 약 73만SGD(싱가포르달러, 약 7억5000만원), 2021년 19만7500SGD(약 2억270만원), 2022년 81만4000SGD(약 8억36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 역시 2020년에는 1800만원 수준이었다가 2021년 36억6000만원으로 급증하더니 2022년에는 40억, 2023년 103억원까지 늘어났다.
현금흐름의 일부는 채권발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큐브네트워크에 돈을 빌려준 곳 중 하나는 모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총 96억원을 대여해줬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큐텐테크놀로지가 보유한 큐브네트워크의 매출채권은 약 100억원어치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부채만 늘고 있는 회사임에도 모회사가 100억원 가까이 대여를 해준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큐텐이 미국의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큐브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시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 Inc.)이 운영하던 서비스였으며 올해 2월 큐텐이 해당 사업부만 떼어내 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매각 후 콘텍스트로직은 나스닥 종목 로고를 기존 ‘WISH’에서 ‘LOGC’로 바꾼다는 소식과 함께 위시가 큐텐의 자회사인 큐브네트워크에 매각됐다고 알렸다.
콘텍스트로직 역시 홈페이지에 게시한 재무보고서를 통해 큐브네트워크가 위시를 인수했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위시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있지만 실제 인수한 곳은 계열사인 큐브네트워크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경우 큐텐과 더불어 큐브네트워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큐텐은 지난해 말까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약 1700억원 가량을 흡수했다. 업계에서는 이 금액이 위시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구 대표는 이 중 약 400억원을 인수에 활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지난 1일부터 티몬 본사, 위메프 사옥을 비롯해 모회사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와 경영진 자택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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