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큐텐그룹 자금흐름]② 큐익스프레스 닮은 꼴 '큐텐테크놀로지'

Numbers_ 2024. 8. 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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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그룹 자금흐름]② 큐익스프레스 닮은 꼴 '큐텐테크놀로지'

큐텐그룹 판매대금 돌려막기 온상으로 한국법인인 큐텐테크놀로지(전 지오시스)가 지목되고 있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이 인수한 티몬, 위메프 등으로부터 수백억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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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 제공=큐텐

 
큐텐그룹 판매대금 돌려막기 온상으로 한국법인인 큐텐테크놀로지(전 지오시스)가 지목되고 있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이 인수한 티몬, 위메프 등으로부터 수백억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면서 흑자를 내던 곳이다.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에 상장을 목표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인수해 물동량을 늘린 것처럼 큐텐테크놀로지도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냈고 그만큼 재무상태도 회복세를 보였다. 

큐텐 국내 계열사들의 자금을 큐텐테크놀로지가 관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큐텐테크놀로지에 일감을 몰아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010년에 설립된 큐텐테크놀로지는 올해 3월 지오시스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큐텐 플랫폼 개발 및 운영과 전자상거래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큐텐테크놀로지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소재 큐텐(Qoo10 Pte. Ltd.)이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큐텐테크놀로지의 매출은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후인 2023년 급증했다. 큐텐테크놀로지의 2021년, 2022년 매출액은 각각 212억, 210억원이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5억원, 6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67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69.33%, 1284.66% 증가했다. 

큐텐테크놀로지 특수관계인간 거래 내역 /그래픽=박진화 기자


지난해 특수관계자로 분류된 큐텐그룹 계열사에서만 56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체 매출 중 99.88% 수준이다.

회사별로 매출 거래 내역을 보면 △큐텐(250억원) △큐브네트워크(2억원) △티몬(151억원) △위메프(115억원) △인터파크커머스(42억원) △큐텐코리아(3억원)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1억원) △큐익스프레스(1억원) 등이다.

2022년에도 △큐텐(207억원) △큐브네트워크(1억원)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1억원) △큐익스프레스(1억원) 등 전체 매출 중 대부분을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 이 때까지만해도 티몬, 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과의 거래는 없었다.

큐텐테크놀로지가 큐텐 계열사 일감을 독식하면서 재무상태는 회복됐다. 2022년 211억원이었던 유동자산은 645억원으로 늘었고, 총 자산도 377억원에서 819억원으로 급증했다. 총 자본도 4억원에서 67억원으로 증가했다. 위메프 등이 큐텐에 인수된 후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과 반대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큐텐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간 거래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며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분명 법률 자문,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액 자체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재무제표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지급 수수료로 912억원을 사용했다. 2022년 754억원을 지불한 것만 보면 큐텐테크놀로지에 과도하게 지급한 것처럼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과 2019년 지급 수수료에 1000억원 넘게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큐텐테크놀로지에 지급한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큐텐테크놀로지를 키운 방식이 큐익스프레스를 키운 방식과 비슷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등 이커머스 회사를 인수해왔다. 세 곳 모두 적자 기업이지만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었다. 큐익스프레스는 2011년 설립된 후 2021년 누적 물동량 1억 박스를 기록한 후 3년 만에 2억 박스를 넘겼다.

IB 업계 관계자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이커머스 기업들을 인수한 이유는 기업들을 잘 키워서 모회사의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닌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을 늘려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큐텐그룹의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큐텐테크놀로지도 같은 방식으로 키워 재무상태를 회복시킨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큐텐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종속기업인 큐브네트워크에 96억원, 큐텐코리아에 102억원을 빌려줬다. 같은 기간 큐텐과 인터파크커머스, 티몬으로부터 각각 175억원, 215억원, 20억원을 빌렸다. 

큐텐그룹 계열사로부터 번 돈이 수백억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빌린 돈만 400억원이 넘는다.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메이슨캐피탈'로부터 연이자율 15%의 고금리로 2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다만 해당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