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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판매대금 등을 부정한 방식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큐텐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거래 행태를 분석한 결과 큐텐그룹 계열사들은 주로 자산 대여 형태로 자금을 자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큐텐이 지분 100%를 보유한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로 주로 유출됐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의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라는 사업 명목으로 큐텐의 관계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다른 계열사들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홀로 '승승장구'해 이익 성장세를 이루어 왔다.
결과적으로 큐텐테크놀로지를 큐텐그룹의 ‘자금 곳간’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큐텐그룹 계열사간 자금이동 흐름을 분석해보면 "판매자금이 다 어디로 갔느냐"라는 세간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큐텐 그룹의 수상한 대여금 거래
<블로터>가 큐텐테크놀로지의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내역(차입, 대여)을 살펴본 결과 자금 흐름은 크게 큐텐 싱가포르 법인(큐텐 Pte.Ltd.)과 큐텐테크놀로지로 집중됐다. 큐텐 Pte.Ltd.는 큐텐그룹 모회사이고,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 Pte.Ltd.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 위메프는 티몬으로부터 50억원(250억원 가운데 200억원 상환) 규모의 대여금을 제공받는다. 이어 위메프는 특수관계인인 큐텐 Pte.Ltd.에 131억원을 대여한다. 큐텐 Pte.Ltd.는 인터파크커머스에서도 280억원의 대여금을 제공받았다.
큐텐 Pte.Ltd.에 모인 대여금의 행방은 묘연하다. 큐텐 Pte.Ltd.는 싱가포르 법인이기에 대여금의 행방을 면밀히 추정할 순 없다. 다만, 자금이 풍부해진 큐텐 Pte.Ltd.는 큐텐테크놀로지에 차입을 제공했다. 규모는 175억원이다. 인터파크커머스도 큐텐테크놀로지에 215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여금은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는 거래인 만큼 상환받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절차상 증자 등보다 간단한 만큼 큐텐은 대여금 거래를 이용해 원하는 법인(큐텐 Pte.Ltd, 큐텐테크놀로지)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 플랫폼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국내 정보기술(IT) 자회사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큐텐테크놀로지, 불확실한 사업에도 내부 거래로 성장
큐텐테크놀로지는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자문, 개발 및 공급업 △자료처리 및 컴퓨터시설관리업 △컴퓨터시스템 설계 및 자문업 △전자상거래에 의한 도소매 및 수출입업 △물류, 신용판매 등 결제시스템에 대한 네트웍 수성 및 정보제공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고대행업, 광고매체판매업, 광고물작성업 등 기타 광고사업 △유무선인터넷쇼핑몰을 통한 광고유치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사업목적만을 봤을 때 어떤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수의 기업을 거느린 큐텐의 자회사였기에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큐텐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년(210억원)보다 두배 넘게 성장하는 등 적자에 허덕이는 다른 계열사와 재무 상태가 판이하게 달랐다.
이 회사의 총 자산은 819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매출채권의 비중이 40%에 달한다. 매출채권은 기업에서 상품을 외상으로 팔았을 때 나중에 돈을 수취할 권리를 말한다. 정보기술(IT) 관련 서비스 제공으로 다수의 큐텐 관계사로부터 채권 등을 받으며 자산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현황을 살펴보면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 Pte.Ltd.에 대한 252억원 규모의 수취채권을 보유했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브네트워크에 대한 수취채권도 보유했다. 100억원 규모다.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은 물론 최대주주의 종속회사 등 기타 특수관계자로부터 수취채권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큐텐코리아(105억원), 위메프(62억원), 인터파크커머스(21억원), 티몬(47억원) 등이다.
수취채권이란 재화나 용역 등을 외상으로 판매하고 미래에 현금을 수취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자금을 대여하고 그 대가로 차용증서나 어음을 수취하는 경우의 채권을 말한다. 수취채권은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으로 구분된다. 기타채권은 일반적 상거래 외에서 발생한 채권을 말하는데 미수금, 미수수익, 단기대여금, 선급금, 선급비용 등이 해당한다.
이와 별개로 큐텐테크놀로지의 매출채권은 적체가 상당한 편이었다. 2022년 140억원 규모였던 큐텐테크놀로지의 매출채권은 지난해 326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매출채권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채권 대금 회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위메프와 티몬 등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계열사 살리기는 뒷전
큐텐테크놀로지는 차입금과 기타채무를 통해서도 자금을 동원했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 Pte.Ltd.로부터 196억원의 자금도 빌렸다. 인터파크커머스에서는 215억원의 장기차입금을 포함해 총 223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장기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4.60% 수준이다.
자금이 모인 큐텐테크놀로지는 싱가포르 법인인 큐브네트워크에 96억원, 큐텐코리아에 102억원 등의 대여를 실시했다. 이 외에 큐텐테크놀로지로 모인 자금은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큐텐 그룹의 자금을 운용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완전자본잠식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눈에 띄는 지원은 없었다. 큐텐이 이커머스 기업의 ‘곳간 빼먹기’에 더 충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메프만 해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1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7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큐텐 인수 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71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위메프의 2023년 연간 판매비와 관리비(2169억원) 대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메프의 이익이 크게 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는 영업손실이 1025억원에 달한다. 결국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티몬의 경우 올 4월 마감이었던 2023년 감사보고서도 내지 못했다.
기업회생 전문 변호사는 “자금 추적을 할 수 없게 일부러 ‘거미줄’과 같은 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회생조차도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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