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어디로] 국민연금, 투자목적 변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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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국민연금, 투자목적 변경 이유는

 

 

국민연금이 한미약품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한미약품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됨에 따라 향후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려는 의도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 9일 한미약품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지분 9.43%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지분 보유 목적은 자본시장법 상 주주권 행사 적극성에 따라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나뉜다.

먼저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으로 소극적 투자로 본다. 반면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투자와 비슷하지만 임원 보수, 이사 선임·해임, 배당금 확대 제안 등 단순투자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경우는 '상장사에 중점관리사항 위반 또는 예상치 못한 우려에 대해 사실관계를 설명하라'는 비공개서한을 보낸 경우로 해석되기도 한다.

올해 초부터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지만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 변경 배경으로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꼽힌다. 올해 3월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가 OCI그룹과 통합 작업을 발표하면서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마찰을 빚었다. 모녀 측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3월에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형제 측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등에 업고 승리하면서 모녀 측이 주도했던 OCI그룹 통합 작업은 무산됐다.

이후 형제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해결을 위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3월 주총에서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이 지난달 모녀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투자 유치가 잠정 중단됐다. 신 회장은 전문 경영인 체체를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형제 측과도 소통이 안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한미약품그룹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연금이 이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투자 목적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총에서 단순 의결권 행사에 그쳤던 국민연금이 향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한미약품그룹 측에 자료 요청 등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6월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사내이사 선임안과 신동국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임 이사는 이사회 참석률이 직전 임기 동안 75% 미만이었던 이유로 반대했고 신 회장은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 반대했다. 다만 임종훈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임종윤 이사, 임종훈 대표, 신동국 회장 모두 한미약품 이사진에 진입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의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