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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지난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보험사들이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을 잇따라 대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관·인수에 나선 증권 업계도 분주한 분위기다. 올해 3분기 들어서만 조 단위가 진행되면서다.
특히 대표 주관사를 잇따라 따낸 NH투자증권의 약진이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증권 역시 주관사 및 인수단에 참여하며 실적을 올렸고, 계열사로 메리츠화재를 둔 메리츠증권도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증권 업계 부채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 성적은 채권발행 주관·인수 실적 합산으로 이뤄지는 만큼 3분기 기업금융(IB) 부문 실적 끌어올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발행(상장)일 기준으로 3분기 들어 보험업계에서만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자본성증권이 나온다.
이 중 NH증권이 한화생명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공동 대표 주관사를 따낸 데 이어 교보생명의 7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오는 29일 발행될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공동 대표 주관사에도 NH증권은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화재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6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NH증권은 이들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대표 주관사를 잇따라 따내면서 최소 5900억원을 인수해간다.
후순위채는 자본성증권 중 하나로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만기가 따로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긴 신종자본증권도 자본성증권 중 하나다. '영구채'로도 불리며, 회사의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주는 만큼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금융사들이 애용하는 편이다.
보험 업계의 경우 과거 지급여력(RBC)비율을 사용했을 당시에는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전이어서 부채를 원가 평가해왔다. 그러나 IFRS17 도입과 함께 K-ICS도 도입되면서 부채를 시가 평가하기 시작하자 보험사들의 자본 적정성 비율도 낮아졌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장기 상품을 주로 판매하면서 부채의 만기가 자산보다 더 길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민감한 탓이다. 과거 RBC비율 제도 하에서는 자산만 시가평가되면서 금리인하기에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좋아졌지만, 새로운 회계제도 하에서는 금리인하기에 오히려 역마진 우려가 있다.
이번에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 발행에 잇따라 나선 배경도 금리 역마진 우려 때문에 권고치보다 여유있게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보험업법상 100%가 규제 비율이지만,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실제 이번에 자본성증권 발행이 모두 마무리되면 보험사들의 K-ICS 비율은 한화생명(173.1%→175.6%), 교보생명(238.93%→247.56%), 메리츠화재(226.9%→233.8%), 롯데손해보험(213.2%→220.5%) 등 모두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자 증권사들도 채비가 분주한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리그테이블을 중시하는 우량채 주관 시장에서 주관·인수단에 중형사로 분류되는 교보증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교보증권은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채권 발행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보험업 DCM 시장에서 명성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일 발행된 롯데손해보험의 14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주관 및 인수를 교보증권이 홀로 담당했다. 당초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려 했으나, 두 배가 넘는 자금이 쏠리면서 증액 발행했다. 7000억원 규모 교보생명 후순위채 발행 때에도 교보증권은 인수단에 이름을 올려 1300억원가량을 인수해갔다. 오는 29일 상장 예정인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참여하는 교보증권은 최소 1000억원의 물량도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도 교보생명 후순위채 물량 중 2500억원을 인수하면서 대표 주관사인 NH증권 다음으로 많은 물량을 가져갔다.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물량 중에서는 최소 90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맞는 금리인하기인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증권사들도 지속 채비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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