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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 건전성 ‘킥스’보다 ‘기본자본비율’ 우선

Numbers_ 2024. 8.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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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 건전성 ‘킥스’보다 ‘기본자본비율’ 우선

조건부자본증권 5년 주기 발행 집중 반복예고된 자본관리제도 강화정책 대비해야‘기본자본비율’ 최소기준 설정해 관리 필요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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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자본증권 5년 주기 발행 집중 반복
예고된 자본관리제도 강화정책 대비해야
‘기본자본비율’ 최소기준 설정해 관리 필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2023년 신한 한화 교보 등 대형 생보사를 포함한 8개 보험사들이 조건부자본증권(후순채권,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규모가 2조2000억원으로 평균조달금리는 6.10%였다. 올해도 보험사 자본성증권의 만기도래액이 2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 해 8월 초까지 5개 보험사가 평균조달금리 4.94%로 자본증권 2조900억원을 발행했다. 후순위채로 롯데손보 2200억원, 푸본현대 1700억원, 현대해상 5000억원, 교보생명 7000억원을 발행했다.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을 발행해 기본자본을 강화했다. 하반기 예정된 자본증권 만기도래 규모도 아직 1조3000억원 이상 남아있다. 8월 이후에도 KDB생명 메리츠화재 등 7개 보험사가 만기도래 차환과 사업확장에 필요한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5년 전 IFRS17, K-ICS 등 보험 신제도 도입을 앞두고 발행이 집중됐던 자본증권 만기도래 영향이 크다.

 

회계제도와 건전성 관리제도 변화를 앞둔 불안한 시기에 규제자본비율을 일단 넉넉히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금융사가 만기와 조달비용을 따져 규제자본비율을 미리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

이 ‘진성자본’은 아니다. 손실흡수성이나 배당가능재원 활용 등 실질적인 자본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성증권이 기본자본이나 보완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은 표면 만기가 보통 30년이지만 5년 경과시점에 보험사(발행자)가 상환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시장거래 관행처럼 돼 있다. 요구자본 15%까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고 초과분은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후순위채권은 요구자본 50%까지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잔존 만기가 5년 이내로 돌입하면 매년 20%씩 보완자본 인정금액이 차감된다. 자본증권이 안정적 진성자본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이유다.

 

보험사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작년부터 킥스비율(K-ICS, Korea Insurance Capital Standard)이 도입됐다. 킥스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 보험 시장 신용 운용 일반 등 리스크량)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감독당국은 킥스비율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킥스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와 함께 배당이나 신규사업진출 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험사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 시장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성장이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경영자의 역할은 적정 리스크를 부담하며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보험사의 순자산에서 ‘손실흡수성’을 따져 산출한 지급여력금액에는 조건부자본증권이 포함된다. 하지만 손실흡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조건부자본증권 비중이 높아질수록 자본충실도가 떨어진다.

 

보험사가 자본충실도를 장기적으로 높이려면 최소수준의 ‘기본자본비율(기본자본/기본요구자본)’을 설정해 상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나 금융지주가 총자기자본(BIS) 비율 못지 않게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중시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배당도 BIS비율뿐 아니라 CET1비율이 중요한 고려요인이다.

 

건전성 규제기준으로 킥스제도 도입 논의가 한창이던 2020년은 시장금리가 역사적 최저수준을 보였던 시기다. 2020년 국고채 연평균수익율이 3년물 0.99%, 5년물 1.23%, 10년물 1.50% 수준이었다. 저금리 추세 장기화로 높은 고정금리 부채와 낮은 운용수익율 부담 등 건전성 악화 위기감이 보험업 전방으로 확산되던 시기다. 금융당국도 도입초기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킥스비율 산출기준을 완화하고 단계적 현실화 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2023년은 시장금리가 저점 대비 250bp 이상 높아져 건전성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회계제도 변경 영향으로 대다수 보험사 순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이제 시장금리가 다시 하락추세로 반전하고 금융당국이 예고한 규제제도가 강화되면서 킥스제도 도입 시점과 반대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보험부채 시가평가시 적용하는 장기선도금리(LTFR, Long Term Forward Rate) 조정폭을 올해부터 0.25%포인트 확대해 할인율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금리의 최종관찰만기도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되고 유동성 프리미엄 인하 등 당국이 예고한 정책방향은 현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용자본 인정조건 등 10년 유예로 도입된 ‘경과조치’도 매년 10%씩 현실화해야 한다.

 

결국 증자나 이익으로 ‘진성자본’을 근본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자본이 취약한 보험사는 끊임없이 건전성 개선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는 5년 단위로 주기적 자본확충 부담에 노출된다. 만기 20~30년 구간에 부채가 많이 몰려 있는 회사는 최종관찰만기 확대 영향이 더 커진다. 이 구간의 부채비중은 보통 손보사보다 생보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금리하락과 규제강화에 대비해 자산부채구조와 자본의 질적수준이 개선돼야 보험사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독당국의 경영실태평가(RAAS) 기본자본여력비율뿐 아니라 회사 자체적으로도 ‘기본자본비율’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상시 관리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도 지급능력요구자본(SCR, Solvency Capital requirement)과 최소요구자본(MCR, Minimum Capital requirement)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고, 삼성화재는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제외한 ‘조정 기본자본’을 관리하며 자본충실도 제고 노력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2024년 3월말 기준 보험사 ‘기본자본비율’이 대부분 하락 추세에 있다. 특히 기본자본비율 50% 이하 보험사는 건전성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어 주기적으로 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회사다. 2024년 3월말 기본자본비율 20% 이하 보험사는 MG손보 10.2%, 롯데손보 15.7%, KDB생명 마이너스 5.0%, 푸본현대 마이너스 31.0% 등이다. 50% 이하인 회사는 흥국화재 34.7%, iM생명 38.1%, 하나손보 43.8% 등이다. 반면 100%를 상회하는 회사는 KB라이프 163.7%, 삼성생명 149.4%, 삼성화재 130.5%, 신한라이프 111.4%, 교보생명 110.5% 등 5곳에 불과하다.

 

보험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킥스비율 뿐 아니라 기본자본비율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2년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보험사 CEO들을 만나 기본자본비율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실적이 위축되기 시작한 생보사는 물론 아직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손보사 역시 금리하락과 규제제도 강화 영향으로 자본비율관리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가오는 춘궁기를 잘 넘기려면 수익성 증대와 기본자본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