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박종면칼럼] 우리금융 사고, 문제는 ‘절대권력’

Numbers_ 2024. 8. 27. 10:31

▼기사원문 바로가기

 

[박종면칼럼] 우리금융 사고, 문제는 ‘절대권력’

회장-부인-처남 연결고리 私金庫처럼 유용우리금융은 사건축소‧임종룡 지키기 ‘올인’지금처럼 회장 권한 막강하면 언제든 재발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우리금융과

www.numbers.co.kr

 

회장-부인-처남 연결고리 私金庫처럼 유용
우리금융은 사건축소‧임종룡 지키기 ‘올인’
지금처럼 회장 권한 막강하면 언제든 재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기본 입장은 여신심사 소홀이라는 것입니다. 연초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 모 본부장의 퇴직을 앞두고 불법행위를 확인했지만 여신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혐의가 없어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담보 부풀리기나 횡령 등 금융사고에 해당되지 않아 금감원에 보고하지도, 공시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금융은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관련 대출은 기존 거래에 대한 추가여신이거나 담보부 여신이어서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과 무관하고,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더욱이 우리금융은 자체 파악 결과 이번 사건은 부적정한 대출이지 전임 손태승 회장과의 관계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회장 친인척에 대출을 해줬다고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우리금융의 입장은 손태승 전 회장이나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씨 주장과도 상통합니다. 손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친인척 대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잖느냐”고 항변합니다. 처남 김씨는 “동향인 임 본부장과의 인연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았을 뿐 특혜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원 회의에서 우리금융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다는 전직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고, 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을 지속적으로 합리화하고 있다”고 질타합니다. 이 원장은 “이런 행태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하게 법적 권한을 행사해 달라”고까지 당부했습니다. 갈 데까지 간 초강경 발언입니다. 상대는 전임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회장입니다. 이렇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정도로 악화된 데 대해 이런저런 뒷말도 나옵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자 뒤늦게 관련자들을 사문서위조 및 배임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발했지만 우리금융 입장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한두 사람의 ‘개인 일탈’로 끝날 것입니다. 처남 김씨와 임 전 본부장이 개인적 차원에서 한 일이라며 버티고 별다른 물증을 찾지 못하면 손 전 회장은 물론 또 다른 의혹 인물인 여신담당 임원 P씨 등도 별일 없이 넘어갈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이렇게 용두사미로 끝나는 걸까요?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출과 관련해 주변 금융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친인척이 대출 부탁을 하면 어떻게 하는지를 말입니다. 대개는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을 소개해 준다고 했습니다. 오해받기 싫고, 그렇게 하는 게 금융인으로서 일종의 ‘직업윤리’라고 답했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친인척 대출에 대해서는 원칙 금지하고, 친인척 대출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경우 당사자든 창구 직원이든 반드시 회사에 신고하도록 규정을 둔 곳도 있습니다. 

손태승 전 회장은 자신은 처남이나 아내의 대출과 관련해 누구에게도 부탁한 적이 없고, 그룹 회장이 개별 여신에 대해 뭐라 말할 처지도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관련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손 전 회장의 말이 사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손 전 회장은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에 이번 사건을 접하고는 서둘러 귀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제는 손 전 회장이 설령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가 절대권력을 가진 금융그룹 회장이었기에 몇몇 측근들이 알아서 스스로 처남과 ‘사모님’의 대출 민원을 해결하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그 친인척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장 사모님’이고 ‘사모님의 동생’이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됩니다. 세상 인심은 대개 회장보다 ‘회장 사모님’을 더 센 사람으로 봅니다.

손 전 회장의 부인인 김 모씨는 부동산 임대 업체를 설립한 후 2021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또 다른 계열사인 우리자산신탁의 도움을 받아 140억원의 대출을 받고 165억원 짜리 빌딩을 매입합니다. 금리가 낮지 않았고 1년 만에 갚긴 했지만 양식 있는 금융인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난감한 일입니다. 규정상 부정 대출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손 전 회장 처남인 김 모씨는 경영이 어려운 중소 부실병원을 인수해 리모델링 한 후 정상화해 되파는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사업 내용상 부실병원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은행 도움이 많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명함까지 파고 다닐 정도로 은행 사람들과 많이 교류했고 당연히 회장 처남이라는 신분도 알려졌을 것입니다. 설령 본인이 가만히 있어도 현직 회장 처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은행원들에게 제일 약한 고리는 인사와 승진입니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정도가 심합니다. 처남 김 모씨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인하지만 인사철이 되면 그를 만나러 줄을 섰다는 것이 우리금융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한두 사람 얘기가 아닙니다. 김 모씨 말대로 이런 얘기들이 그를 모함하기 위한 거짓이라고 해도 매형이 금융그룹 회장이었기에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우리금융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여신심사 소홀이나 사문서위조, 배임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금융지주 회장의 절대권력에서 초래된 피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또 지금처럼 절대권력이 유지되는 한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금감원의 상황 판단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일부에서 말하는 구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이 결코 아닙니다. 두 은행 출신 간 갈등을 이번 사건의 본질로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갈등설을 증폭시켜 이득을 볼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보면 알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번 사건은 손태승 회장 재임 당시 비주류였던 몇몇 상업은행 출신들이 손태승 회장의 친인척 대출 비리에 내부 고발자로 나섰지만 막지 못해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번에 다시 입증됐지만 금융그룹 회장의 파워는 그야말로 절대적입니다. 회장 부인이라는 이유로, 회장 처남이라는 이유로 6년의 재임 기간 중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마치 개인 사금고처럼 유용됐습니다. 그중 350억원 정도는 심사나 사후관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취급됐고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은행에 입힐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정상적으로 상환됐다고 문제가 안 되는 게 아닙니다. 대출 그 자체가 엄청난 특혜입니다. 회장 부인이 아니고 회장 처남이 아니었다면 한두 푼도 아닌데 다른 금융사에서 그렇게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현직 회장과 회장 부인, 회장 처남이 관련된 여신이다 보니 그룹 내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습니다. 듣고도 못 들은 척했습니다. 극히 일부가 제동을 걸었지만 오히려 음해하지 말라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조직이고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대출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오해를 살까 봐 빨리 정리하는 게 상식입니다. 

우리금융에서는 임원들이나 주요 간부들뿐 아니라 심지어 사외이사들도, 과점 주주 회장도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을 오래 전에 듣고 인지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깔아뭉갰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심지어 전임 금감원장 시절 금융당국에도 얘기했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이번 친인척 대출 비리 의혹 사건은 관련 대출에서 연체나 부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그냥 덮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원 회의에서 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우리금융의 행태를 질타하고 나섰지만 우리금융의 이런 행동은 임종룡 회장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이번 친인척 대출 가운데 지난해 3월 임 회장 취임 이후 집행된 것들은 이미 약정된 추가여신이거나 담보가 충분한 여신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이는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장까지 역임한 임종룡 회장 치하에서도 절대권력에 의한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 씁쓸합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CEO인 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지 몰라도 절대권력은 결국 조직 내 불통을 부르고 더 큰 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번 우리금융 사고의 본질은 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절대권력에서 초래된 것인 만큼 대책도 단순히 친인척 대출 비리를 막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의 막강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역대 금융감독기관장 중에서 가장 세다는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마지막 기대를 겁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