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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리타워텍, 옐로모바일 그리고 큐텐

Numbers_ 2024. 8. 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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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리타워텍, 옐로모바일 그리고 큐텐

투자 받은 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대여받아 또 다른 기업을 사들인다. 인수 자금이 모자라면 주식을 스왑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여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든 일단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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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받은 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자회사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또 다른 기업을 사들인다. 인수자금이 모자라면 주식을 스와프한다. 여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든 일단 몸집을 키워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언뜻 보기에는 최근 미정산 사태가 불거진 큐텐그룹의 상황 같지만, 무려 10년 전에 발생했던 옐로모바일 파산 이야기다. 옐로모바일은 지난 2013년 설립된 모바일 스타트업 연합체로 한때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으로 분류됐다. 옐로모바일에 속한 자회사는 140개로, 그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피키캐스트, 쿠차, 여행박사, 코인원 등도 있었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는 2016년 포브스 선정 ‘한국의 50대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옐로모바일이 주로 사용했던 인수합병(M&A) 방법은 주식 스와프다. 자기 회사 주식과 인수할 회사의 주식을 맞바꾸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다른 회사를 사들일 수 있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지분율의 공정성이나 상장 실패 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7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으면서다. 당시 삼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3년 연속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당시 회사의 부채비율은 최고 800%에 달했다. 대부분은 자회사에서 빌린 돈이었다. 회사가 파산한 후 자회사 중 한 곳이었던 코인원은 270억원 상당의 대여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돌려받지 못해 결국 비용으로 처리해야 했다. 

 

최근 큐텐그룹 역시 주식 스와프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돌려막기식으로 자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등 10년 전 옐로모바일과 너무나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시장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큐텐 자회사인 위메프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2023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옐로모바일보다 앞선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당시에는 ‘리타워텍’이 주식 스와프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 주가를 높이다가 결국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외형만 커졌을 뿐 내실이 없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폰지 사기'를 방불케 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의 M&A로 약 20년 동안 세 번이나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결국 눈물을 흘리는 것은 회사를 넘기고 돈까지 빌려준 자회사 경영진이나 벤처투자사, 개미투자자, 그리고 삼복더위에도 연일 티몬과 위메프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는 판매자와 구매자 등 서비스 이용자들이다. 주식을 바꿔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닐지라도, 회사 가치를 과대포장하고 무리해서 외형만 늘리는 행태를 규제할 방안은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