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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엇갈린 주장이 나온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는 이같은 계산법이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양사 합병이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꾀해 결국 높은 주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적 문제 없지만…적정 기업가치 반영 물음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1.1917417이다. 이 비율은 SK이노베이션 보통주를 기준주가 11만2396원으로 평가하고 SK E&S 보통주의 본질가치를 13만3947억원으로 평가한 결과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합병 비율인 만큼 법적 문제는 없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의하면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할 경우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기준주가 또는 자산가치 중 선택할 수 있고 비상장사의 가치는 본질가치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에게 불리하게 정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사회 결의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배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태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합병 가액을 산정해 회사 가치가 적절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합병 비율을 고려할 때 주주 가치 훼손이 울된다"며 양사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 지분 6.2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1대 주주인 SK㈜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건 SK이노베이션 보통주를 기준주가가 아닌 주당 순자산가치(24만5405원)로 평가하는 경우다. SK E&S 상환전환우선주를 현물상황할 경우 합병비율은 0.5188, 상환전환우선주를 현금상환할 경우 합병비율은 0.4870이 된다. SK E&S 주주들에 새로 발행해야 하는 주식 수가 줄어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비교적 덜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기준시가(주당 11만2396원)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아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정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마련된 상황이었다.
자산 100조…'사업 시너지·재무구조 개선' 강조
SK이노베이션은 "합병 비율과 가치 산정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으로 구성원과 주주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이 기존 주주들에게도 이득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주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사업 시너지 강화는 SK이노베이션이 내세우는 기본적인 명분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사업과 SK E&S의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역량을 합쳐 에너지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양사가 지닌 원유 및 가스 자원 개발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해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있어 규모의 경제도 이룰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들도 최근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 전반의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6년 세계 2위 정유사 '쉘'은 영국 3위 천연가스 기업 'BG그룹'을 470억 파운드(약 8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쉘의 원유 및 가스 비축량은 25%, 생산량은 20% 증가했고 쉘은 글로벌 최대 LNG 수출업체가 됐다. 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62억달러에서 615억달러로 1.7배가량 늘었다. 쉘과 BG그룹의 합병은 글로벌 에너지업계의 판도를 바꾼 것으로 회자된다.
양사 합병으로 재무구조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회사가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수준의 외형을 갖추게 되며 EBITDA는 합병 이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재무구조가 안정되고 신규 사업 수익이 확대되면 배당 규모를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나아지기까지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생겼다"며 "기존 주주가치 하락분(희석률 35%)보다 SK E&S가 가져올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변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양사 합병이 좌초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SK㈜가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지분이 36.22%, SK E&S 지분율이 9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가 합병 찬성 의견을 밝혔고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금 등도 찬성 의결권 행사 뜻을 내비친 만큼 합병 자체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다. 이때 SK이노베이션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은 6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매수금액 한도(8000억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를 초과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한도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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