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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은행(IB) 업계는 카카오그룹의 대주주 리스크가 발생한 카카오뱅크 매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다수의 투자자는 시중은행 및 정보기술(IT)기업과 컨소시엄 구상까지 염두에 두고 스터디에 들어갔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데다 매력적인 매물인 만큼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평가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의 1대 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자본시장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지난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처벌 확정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되면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 사유가 발생해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사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린다. 해당 주주는 당국이 제시한 기한 내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로서 자격을 지킬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상인 측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매각을 명령했다. 같은 해 5월 유준원 상상인 대표와 이들 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9년 유 대표와 두 저축은행에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와 허위보고, 불법 대출 혐의 등으로 중징계를 부과하고 법원 판결 후 각 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이 같이 주문했다.
형이 확정되면 카카오도 당국의 방침에 따라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1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 경우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지분율 27.17%)도 지분 매각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부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사업 전반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증권사인 만큼 은행지주회사로 전환이 사업 모델과 부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는 한국금융지주 본업에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사업 영역인 기업 대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의 경우 비은행지주의 순자본비율(NCR) 필요 자본 계산 시 위험가중치는 최대 32%”라며 “은행지주의 바젤3 기준 위험가중자산(RWA) 계산 시에는 이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출회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자자는 스터디에 들어갔다. 특히 PEF 운용사 등은 대주주 적격성 관련 문제로 당국의 인가를 받기 어려운 만큼 컨소시엄을 염두에 두고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대상자로는 네이버를 유력 후보가 꼽히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2019년 금융당국이 제3 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할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국내가 아닌 해외의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재 네이버는 대만과 일본에서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아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 역시 투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상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취지로 설립됐다. 디지털 혁신에 기반해 시중은행이 다루지 못하는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취지상 정보통신기술(ICT) 주력이 아닌 시중은행이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을 금융당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은 컨소시엄을 꾸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에서 소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수와 실적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카카오뱅크의 공식적인 매각 절차 진행 시 시중은행은 물론 네이버 등의 IT 기업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카카오뱅크 사업 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는 분위기다. 카카오톡 및 카카오페이 등과 연동성 또는 시너지 의존도가 큰 만큼 향후 3자 매각 시 수익성, 성장성 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국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과의 계좌연동이 간편하니 이용자 수가 많은 건데 네이버 등이 인수하면 지금과 같은 이용자 수, 실적 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인수 후 시너지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만 2314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국내 인터넷은행 1위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같은 기간 고객 수는 2403만명에 이른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780만명, 주간활성이용자수(WAU)는 1300만명이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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