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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밸런싱 숨고르기…'두산밥캣 분할' 강행 속내는

Numbers 2024. 8.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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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밸런싱 숨고르기…'두산밥캣 분할' 강행 속내는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을 철회했다. 두산그룹의 리밸런싱 방안을 두고 시장과 금융당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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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당 사옥 전경. /사진 제공=두산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을 철회했다. 두산그룹의 리밸런싱 방안을 두고 시장과 금융당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하는 개편은 여전히 추진한다.

이번 수정 개편안의 함의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있다. 그룹차원에서 당장 투자 여력 확보가 필요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구조 개편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산로보틱스의 인수합병(M&A) 시계는 당분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담은 리밸런싱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가치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감독원도 두산그룹에 두차례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한 불부터’…투자재원 필요한 두산에너빌리티 ‘급선무’


이번에 수정된 개편안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변화에 함의가 있다. 두산그룹은 문제가 됐던 포괄적 주식교환을 포기하지만 결국 두산밥캣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을 그대로 추진한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두산그룹은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로부터 떼어내는 것이 밸류업이 될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떼어내면서 7243억원 가량의 부채를 이전하고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 4831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차입금 감소로 추가 차입 여력이 생기고 현금을 보유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이 발생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장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 분할로 인해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우려가 있지만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투자 재원이 한참 부족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와 국내 원전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1조원 가량의 현금이 생기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을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라며 “또 두산에너빌리티가 중간지주사격 역할을 맡게 되면서 수평적인 구조로 독립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분할 기대효과. /자료=두산

두산로보틱스 개편은 ‘시기 조절’, 멈춘 M&A 시계


이달 29일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와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추후, 회사는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사 대표의 발언을 미뤄볼 때 주식교환 철회는 일종의 시기 조절의 의도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구조 개편부터 마무리하고 향후 순차적으로 두산로보틱스의 개편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멈춰뒀던 포괄적 주식교환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후순위로 밀린 두산로보틱스는 당분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당초 시장에선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과 포괄적 지분교환을 나서는 이유로는 M&A를 꼽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게되면 여전히 손자회사의 위치다. 양사가 합병하면 규제를 벗어날 수 있어 M&A의 폭이 넓어진다.

두산그룹은 과거 M&A를 통해 몸집을 불렸던 만큼 내부적으로 담당 조직 CFP(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을 포함해 전문가들이 많다. 때문에 양사의 포괄적 지분교환 이후에는 그룹 차원의 M&A가 예상됐었다. 다만 수정 개편안대로 진행되면 당분간 두산로보틱스의 M&A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당분간 두산밥캣과의 새로운 시너지를 모색하는데 집중하겠단 입장이다.

한편 두산그룹은 9월 25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의 철회에 따라 임시주총도 잠정 연기됐다.

㈜두산 관계자는 “29일에 정정공시를 올리고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없다는 가정 아래 9월 25일 주총 날짜에 딱 맞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다만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실상 이 시기에는 진행할 수 없고 이사회를 통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