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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기든 두산, 두산밥캣·두산로보 합병 철회...지배개편 반쪽 시너지

Numbers 2024. 8. 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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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기든 두산, 두산밥캣·두산로보 합병 철회...지배개편 반쪽 시너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반쪽짜리에 그칠 전망이다. 이번 개편의 마지막 단추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완전한 통합이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의 상장폐지가 없던 일로 되면서 사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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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이슨이 미국 뉴욕 매장에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활용해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 시연회를 진행했다.사진 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반쪽짜리에 그칠 전망이다. 이번 개편의 마지막 단추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완전한 통합이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의 상장폐지가 없던 일로 되면서 사실상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완성을 짓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다.

무리한 합병으로 인한 시장과 신뢰 회복도 관건으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분할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면서 결국 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100% 자회사' 흡수 없던 일로


두산로보틱스는 29일 두산밥캣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양사의 포괄적 주식교환의 필요성 및 적절성과 관련한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며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해도 현 시점에서 이를 추진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N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두산그룹이 추진해온 분할 합병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2차 정정을 요구한 금융감독원은 "분할신설부문(두산밥캣 지분 보유)의 수익가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모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할인법, 배당할인법 등 미래 수익에 발생하는 효익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평가방법과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재편 논란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과 시장이 받아들인 양사의 기업가치 간극에서 비롯됐다. 주권상장법인의 주식교환가액을 정할 때는 기준시가와 자산가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데 원칙적으론 기준시가를 적용하게 돼 있다. 두산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적용해 두산로보틱스는 8만114원, 두산밥캣은 5만612원으로 각각 교환가액을 정했다. 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장은 적자인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두산밥캣 보다 우위에 있단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판단했다. 금감원의 2차 정정은 이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기준시가 외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더 큰 것인지 해명하라는 요구였다. 

두산그룹의 해답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 교환 철회다. 두산밥캣의 상장을 유지함으로써 시장의 불만도 해소할 수 있다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의 경우 그룹이 위태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합병안이었지만 두산그룹의 경우 딱히 명분이 없었다"며 "시장의 불만이 두산그룹에 집중된 것은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말했다. 

자료 제공=두산로보틱스


지배구조 개편 시너지 '반쪽만'


두산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실제 두산그룹은 합병에 따른 효과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 제고'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두산밥캣에서 두산로보틱스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라며 주주들의 찬성을 적극 유인했다.

재무 체력이 튼튼한 두산밥캣을 흡수함으로써 상당 규모의 현금 유입을 기대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두산밥캣과 결합 효과를 반영해 IPO 당시 제시한 2026년 목표 보다 50% 추가 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이번 통합을 통해 두산밥캣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전년도 상장 시 계획한 사업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산그룹의 합병 정정안은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꾸되, 두산로보틱스이 두산밥캣 지분 46.1%를 갖는 것이다. 계획이 크게 틀어지면서 사업 재편도 힘이 빠지게 됐다. 

한편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작업은 그대로 진행한다. 원전 등 두산에너빌리티 본업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나는 내어주고 하나는 얻는 방식의 협의안을 도출한 셈이다. 분할을 위해선 주주총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결국 주주와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성명을 통해 "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고 해서 이 사건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에너지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둘 필요가 없다면, 같은 논리로 로봇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두산로보틱스는 절대로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대신 두산밥캣의 배당수익을 향유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