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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두산에너빌리티, 채권단 역경 딛고 부활 '원전사업' 본궤도

Numbers_ 2024. 9. 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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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두산에너빌리티, 채권단 역경 딛고 부활 '원전사업' 본궤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0년 채권단 체제를 겪으면서 경영정상화에 돌입했다. 이 기간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FO)가 신규 선임되면서 재무안정화와 성장 본궤도 진입의 초석을 다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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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시 두산 사옥 전경 /사진 제공=두산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0년 채권단 체제를 겪으면서 경영정상화에 돌입했다. 이 기간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FO)가 신규 선임되면서 재무안정화와 성장 본궤도 진입의 초석을 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본래 사업인 원전과 터빈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 박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재무통 박상현 대표, 두산에너빌리티 정상화 주역


박 대표가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로 선임된 시기에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체제에 속해 있었다. 당시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조원을 빌렸다. 또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그룹의 전체적인 몸집도 크게 줄였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이자 두산그룹의 대표 재무통으로 통한다. 두산그룹 CFO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질개선과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이끌고 있다.

먼저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두산에너빌리티는 별도기준 매출 3조4514억원, 영업손실 47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21년부터 흑자전환했으며 매출 규모도 확대되면서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2023년 기준 매출 6조6519억원, 영업이익 4549억원을 내며 두산에너빌리티 자체 사업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박 대표가 선임됐던 당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은 BBB-였다. 그러나 2022년 BBB를 거쳐 올해 초부터 BBB+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 원전사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실적 기반 및 사업 안정성이 제고된 것이 주효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두 차례 회사채 시장을 찾았고, 2건 모두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요 재무지표도 나아지고 있다. 2020년까지 마이너스였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 5132억원 △2022년 2171억원 △2023년 7727억원으로 개선됐다. FCF는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추가 투자여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다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별도 ROE는 2022년 -22.93%에 이어 2023년 -1.73%로 개선됐다. 올해 반기에는 -0.91%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두산밥캣‧로보 합병 취소했지만…주총 난관은 여전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로 올 8월 29일 절차를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그대로 추진한다. 9월25일 예정됐던 주주총회 일정도 잠정 연기됐다. 금융감독원이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두 차례 정정을 요구하면서 주총 일정을 맞출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향후 이사회에서 논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박 대표의 당면 과제는 예정된 분할의 원활한 진행과 주주총회 통과를 위한 주주 설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반기 기준 소액주주의 비중이 63.6%로 높은 편이다. 또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6000억원을 넘게되면 지배구조 개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는 시장에 회사 본래의 성장 가능성을 소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소형모듈원전(SMR)도 인공지능(AI) 전력 수요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회사의 기존 계획인 향후 5년간 62기 수주를 크게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에 증설하기 위해 이번 사업재편으로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