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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샐러리맨도 총수 못지않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HD현대그룹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총수이면서도 정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돼 조직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룹의 모태인 HD한국조선해양은 정 이사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큰 형님'들이 모인 곳이다. 오랜 친구인 이재성 전 회장, 2인자 최길선 전 회장, 정기선 부회장의 경영 스승 가삼현 전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샐러리맨 신화로 대표되는 인물들이 퇴진하고 오너 3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HD현대그룹도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과거 전문경영인 단독 경영의 색채가 뚜렷했다면 전문경영인과 오너간 '파트너십' 체제로 변혁을 꾀하고 있다. 작년 11월 HD한국조선해양 대표로 낙점된 김성준 부사장은 정기선 시대의 신경영인으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전략·기획뿐 아니라 조선 분야 기술 전문성을 겸비한 '팔방미남'이다.
정기선 부름받아 현대重 기획실로
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조선해양공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조선공학 분야의 전문성을 키웠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파트너로 재직했으며 당시 정 부회장도 BCG에 근무했다. BCG 인연으로 정 부회장이 김 부사장을 HD현대그룹으로 불렀다는 후문이다.
2016년 HD현대그룹에 입사한 김 부사장의 첫 발령지는 현대중공업 기획실이다. 당시 권오갑 회장이 기획실을 총괄하고 후계자인 정 부회장도 부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외에 송명준 경영지원실장, 박종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 김종철 HD현대 경영기획2실장 등 차세대 브레인이 대거 포진했다.
김 부사장이 합류할 무렵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이는 향후 HD현대그룹이 지주회사 아래 △조선 △에너지 △건설장비 등 각 부문별로 체계화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데 초석이 됐다.
이 같은 사업구조 개편을 준비하면서 기획실 아래에 기술·ICT 기획팀을 신설했다. 이어 기술기획팀장 자리에 김 부사장을 내정했다. 기술·ICT 기획팀을 만든 것은 전통 제조업에서 기술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재정립하자는 의미로 이제 막 입사한 외부 출신인 김 부사장에 중역을 맡긴 것이다.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에 기여
김 부사장이 입사한 지 3년차가 되는 2019년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 지주회사가 조선업 자회사를 지배하는 그림의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에 M&A에 탄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R&D 전초기지가 필요했다. 선주들의 주문을 곧바로 기술로 구현하기 위해선 체계화된 조직과 풍부한 인력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다. 김 부사장의 의견도 같았다.
2020년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은 김 부사장은 친환경 선박 등 미래형 선박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며 HD현대가 내세우는 기술 중심 경영을 조선 분야에서 구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AI기반 LNG연료추진시스템(Hi-GAS+)은 2023년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이밖에 무인 선박, 친환경 저탄소 연료 추진 기술 등 기술 초격차 확보에 힘썼다. 이같은 연구 성과는 향후 그가 오너 3세 경영으로 넘어온 그룹의 차세대 C레벨로 이목을 끄는데 영향을 미쳤다.
김 부사장의 R&D 경쟁력은 해외로 뻗어갔다. 2023년 세워진 독일 HD유럽연구센터의 초대 법인장을 맡은 것이다. HD유럽연구센터는 조선·해양 분야 미래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중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지어졌다. 실제 법인은 영국 에든버러 대학과 함께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고도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과 조선 분야의 기술 중심 전환을 지휘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완수하며 조선업계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발맞춘 탈탄소·무탄소 연료 추진 기술, 에너지 저감 기술 상용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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