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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베트남 투자' 주도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생존 사활

Numbers_ 2024. 9. 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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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베트남 투자' 주도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생존 사활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지난 2018년 효성화학이 지주사 ㈜효성과 분할 설립될 당시 6년 뒤의 심각한 위기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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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지난 2018년 효성화학이 지주사 ㈜효성과 분할 설립될 당시 6년 뒤의 심각한 위기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건종 부사장도 베트남 설비투자를 이끌어 영업현금 창출력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업황 둔화로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돼 이제는 자본잠식을 걱정하는 처지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대표는 효성화학의 지휘봉을 잡은 뒤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삼성인상’ 주인공, 효성 합류 2년만에 이사회 진입


1957년생인 이 대표는 건국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화학 업계 베테랑이다. 그는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지만 1993년 삼성전자로 옮겨 액정표시장치(LCD) 선임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 대표는 LCD 제조팀장 시절 세계 LCD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특히 LCD TV 전용라인을 조기에 구축하면서 삼성전자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아끼는 효율적 생산라인을 갖췄다.

이 대표는 LCD 사업에 기여한 공으로 2008년 ‘삼성인상’을 수상했고 ‘LCD맨’으로 불렸다. 수상 직후에는 LCD 총괄전무로 승진해 상무 승진 2년 만의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삼성전자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3년 원익머트리얼즈 신임 대표로 선임돼 ‘C레벨’로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원익머트리얼즈의 분기기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성과를 보였다.

이 대표가 원익머트리얼즈 수장에 오르기 직전인 2012년 연결기준 매출은 1101억원이었지만, 퇴임 직전인 2015년에는 16.4% 증가한 145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35억원에서 273억원으로 16.4% 늘었다. 이에 2015년 재선임에 성공하며 대표직을 이어갔지만 1년 만인 2016년 사임했다.

이 대표의 다음 행선지는 효성그룹이었다. 그는 2018년 효성화학 네오캠 PU장으로 입사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취임 이후 영입한 외부 인사로 관심을 받았다. 그는 효성화학에 합류한 지 2년 만인 2020년 대표에 선임되며 이사진에 합류했다. 이 대표의 임무는 숙원이었던 베트남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효성화학의 첫 글로벌 생산거점인 만큼 베테랑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그는 맞춤형 인재였다.

효성화학은 이 대표가 네오켐 PU장으로서 글로벌 역량과 경영감각을 발휘해 성장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사령탑에 오른 그는 곧바로 실적으로 입증했다. 취임 이듬해인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66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24.2% 증가했다. 이 대표가 2022년에 1년간 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를 겸직했다는 점에서 조 회장과 그룹의 깊은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위기의 ‘베트남 투자’…’자본잠식 우려’ 해소 총력


이 대표는 효성화학 대표 5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최대 위기를 마주했다. 취임 이후 공들였던 베트남 확장 투자로 부담이 여전히 큰 가운데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영업현금 창출력도 저하됐기 때문이다. 효성은 분할 직전인 2017년 베트남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중장기 진출 구상을 세웠다. 당시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해 PP와 프로판탈수소화(PH) 공장 등 대규모 화학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대표가 합류하던 2018년 효성화학은 지주사 ㈜효성에서 분할돼 새롭게 탄생하며 베트남 투자를 주도했다. 효성화학은 분할 과정에서 ㈜효성의 부채를 떠안았다. 당시 베트남 시장의 청사진이 뚜렷했고, 화학 업황이 안정적이었기에 나온 자신감이었다. 실제로 팬데믹 악재에도 실적이 성장한 2021년에 이 같은 전망은 유효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국제유가 상승 등의 이유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특히 2022년부터 2년 연속 연결기준 적자를 기록하며 각종 재무적 부담이 가중됐다. 실제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말 522.1%였지만 올 상반기 말에는 17만6703.6%까지 치솟았다. 부채총계도 3조3476억원으로 자본잠식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실적은 올 상반기까지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트남법인은 아직 실적이 미진하다. 현지 PP 공장은 2020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지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은 2022년 말 자본총계가 -5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가 효성화학의 자금 지원으로 벗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공장이 정상 가동하며 이익을 내고 있지만, 수급환경 악화 등 부담이 여전하다.

이 대표는 위기를 넘기기 위한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이달 말까지 3000억원의 대출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은 1673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MM PE, 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이 실사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1조3000억원으로 추정하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각이 성사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장기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설비 가동률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 대표는 올 초 언론을 통해 상반기 말까지 재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