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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인사평가 'C' 받던 이석희 사장, SK온 CEO 낙점 비결은

Numbers_ 2024. 9. 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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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인사평가 'C' 받던 이석희 사장, SK온 CEO 낙점 비결은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SK온은 SK그룹의 모든 시선을 받는 곳이다. 그룹 사업 재편의 한 가운데 있는 만큼 SK온 최고경영자(CEO) 역시 안에서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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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사진 제공=SK

 

SK온은 SK그룹의 모든 시선을 받는 곳이다. 그룹 사업 재편의 한 가운데 있는 만큼 SK온 최고경영자(CEO) 역시 안에서 굳건한 신임을 받아야 하는 인물로 꾸려져 왔다. 이런 시기에 이석희 사장이 SK온을 이끌 수장으로 임명된 건 의미하는 게 적지 않다.  

역대 LG에너지솔루션 CEO들이 기획·재무통이었던 것과 달리 이 사장이 정통파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사장은 배터리 산업 격변기를 맞은 SK온을 한 차원 높은 기술 중심 회사로 발전시킬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집념의 엔지니어…인텔 최고 연구원 수상만 3차례

 

이 사장은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 인텔 최고 연구원, 카이스트 전자과 교수,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늘 자신을 '마이너'라고 자평해왔다. 이 사장은 "제가 꽃길만 걸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 했다"고 회상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전자공학이 아닌 무기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같은 학번 인원은 고작 33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학과였고 석사 졸업 논문 역시 비반도체 분야였다. 1990년 병역특례로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에 입사하며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었지만 여기서도 연구소가 아닌 공정기술부에 배치받았다. 입사 후 처음으로 실시한 인사평가에서 'C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이 사장은 몇 날 며칠 날밤을 꼬박 새워가며 반도체 관련 해외연구 논문과 자료를 탐독했다. 처음에는 논문 한 편을 읽는 데 1주일 이상이 걸렸지만, 점차 속도가 붙어 퇴근을 앞둔 짧은 시간에도 한 편을 읽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 시절 읽은 논문 개수만 200편 이상이다. 이 같은 노력이 자양분이 돼 이 사장은 입사 5년차에 반도체 관련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인 IEDM에 제1저자로 논문을 낼 수 있었다.

 

반도체 분야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이 사장은 병예특례 5년을 마치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0년 불굴의 반도체 기업 인텔에 입사했다.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며 최고 연구원에게 수여하는 인텔 기술상(IAA)을 세 차례나 받을 정도로 회사 내 최고 공정 전문가로 통했다.

 

53세 CEO…SK 역사상 최대 M&A 견인

 

SK와의 인연은 2013년 시작됐다. 인텔을 떠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자과 교수로서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던 그에게 SK로부터 영입 제안이 왔다. SK하이닉스에서 "R&D 부분을 맡아달라, 그리고 1등 정신을 회사에 심어줬으면 한다"는 요청이었다. 카이스트를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던 이 사장은 SK의 반복된 요청에 고민하다 "SK하이닉스가 발전하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고 동시에 여러 후배 엔지니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직을 결정했다.

 

이후 SK하이닉스에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미래기술연구원장, DRAM개발사업부문 부문장, 사업총괄(COO) 등을 거치며 2년마다 승진을 거듭했다. SK하이닉스의 경영 성과를 개선하고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공헌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 CEO 자리에 올랐다. 이 사장이 반도체 가격 고점 논란, 중국의 추격, 글로벌 무역전쟁 등 산적한 난제를 타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가 53세에 불과했기에 이 사장은 최태원 회장표 세대교체 인사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CEO로 선임된 후 '기술 중심 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이 시기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꼽혔던 D램 미세 공정 기술 발전과 수율 안정화에 주력해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9년 신년사를 통해 "50조원 안팎 수준인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을 3년 뒤 100조원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2021년 초 조기달성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176단 4D 낸드. 사진 제공=SK하이닉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는 이 사장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인수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인수가액은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로 인텔 낸드 사업부의 순자산인 37억달러 대비 2.4배 컸다. 2012년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들였던 금액이 3조4000억원 정도였던 걸 감안한다면 실로 과감한 베팅이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도약 전환점'이라 표현하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기술 전문가로서 확신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 사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경쟁력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메모리 솔루션 회사로 거듭났다. 단순한 반도체 공급사 역할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글로벌 주도권도 확보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은 19.4%로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35.9%)에 이어 2위로 도약한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폭증하자 오늘날 낸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 사장의 과감한 베팅이 오늘날 SK하이닉스를 만든 셈이다.  

 

적자 탈출+수율 안정화 이끌 적임자…'솔선수범' 리더십 강조

 

이 사장은 지난해 말 배터리사업을 이끌 CEO로 발탁됐다. 2022년 3월 SK하이닉스 CEO를 마지막으로 현직에서 물러난지 1년 9개월 만의 화려한 복귀다. 매 분기 이어지는 SK온의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투입한 것이다. 과거부터 이어온 이 사장의 악바리 근성과 집념은 SK온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이 시장을 관통하는 리더십 철학은 '솔선수범'이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건 명확한 방향 제시고 이게 진정성을 갖추긴 위해선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사장은 "그 두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굉장히 공허하다"며 "마치 전장의 장수가 앞에 나가서 먼저 싸우듯이 리더는 뒷짐 지고 빠지는 게 아니라 앞에서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사장은 취임 직후 전체 구성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임원과 리더부터 위기 상황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솔선수범하겠다"며 "경영층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하면 내년도 임원 연봉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연봉 20%를 자진반납하고 임원 대상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 추진비도 줄였다.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 탑승도 의무화했다. 

 

다만 핵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4월 타운홀 미팅에서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8월 이천포럼에서는 SK온에 AI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하고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부에서 신임 역시 두텁다. SK온 관계자는 "이 사장 취임 이후 확실히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랐고 (이 사장을 필두로) 구성원 모두 분골쇄신의 각오로 흑자전환과 수익성 개선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