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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47년 'HD현대맨' 권오갑 회장, 정기선 경영승계 '가교'

Numbers_ 2024. 9. 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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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47년 'HD현대맨' 권오갑 회장, 정기선 경영승계 '가교'

HD현대그룹은 정몽준 전 회장이 일찍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오너가 3세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부회장)가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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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올 3월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제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


HD현대그룹은 정몽준 전 회장이 일찍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오너가 3세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부회장)가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주사체제 전환과 3개의 중간지주사 설립 등 구조 전환도 마쳤다.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정주영 창업주와 오너 2세인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모두 보좌했다. 그룹 오너가의 가교 역할을 넘어 현재는 정 부회장의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자료 제공=HD현대

HD현대 그룹 내 ‘유일한 회장’, 오너 2세 정몽준 최측근


권 회장은 HD현대그룹에서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지주사인 HD현대에서 유일하게 회장 직급을 사용하며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권 회장은 해군 중위로 전역하고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47년간 그룹에 몸담은 정통 HD현대맨이다. HD현대오일뱅크 부회장, HD현대중공업 부회장,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쳐 현재는 HD현대의 회장을 맡고 있다. 또 미등기임원으로 HD현대오일뱅크 회장, HD한국조선해양 회장, HD현대사이트솔루션 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1990년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과 현대학원 사무국장으로 정 이사장의 비서 역할을 맡았다. 정 이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축구 관련 업무를 맡으며 신임을 얻었다. 권 회장은 2004년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 2007년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대표이사, 2013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등을 지냈다.


'위기 속 구원투수' 계열사 정상화서 지배구조 체제 개편

 

현대중공업은 2010년 HD현대오일뱅크를 인수했다. 권 회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첫 대표이사로 인수 뒤 통합작업(PMI)을 맡았다. 권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현대오일뱅크를 동종업계 영업이익률 1위로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말부터 그룹 차원의 경영쇄신을 단행했다. 권 회장은 이 당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이자 새롭게 등장한 그룹기획실장으로 이동했다. 그룹기획실은 대외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재편, 구조조정,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기획실 산하에 경영분석 TFT를 만들었다. 권 회장과 함께 현대오일뱅크에서 조영철 경영지원본부장(전무), 금석호 인사지원부문장(상무), 송명준 현대오일뱅크 기획부문장(상무보) 등이 함께 현대중공업으로 옮겨가 TFT 임원을 맡았다.

정 부회장은 2015년 말 그룹기획실로 합류해 권 회장과 합을 맞췄다. 이들은 울산조선소에 마련돼 조선업 수익성 회복과 원가절감 등 경영쇄신에 주력했다. 이곳에는 인사, 재무, 기획, 기술, 자산관리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핵심 인재들이 모두 모였다. 

그룹기획실은 2016년 비주력 계열사 매각,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17년 5월까지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현대그린에너지(현 HD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등 5개 회사를 계열분리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그룹기획실에서 권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경영승계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그룹기획실 출신 임원들은 현재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 △금석호 HD현대 HR지원실장(부사장)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장 겸 HD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및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부사장) △박종환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등 요직을 맡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제공=HD현대

 

중간지주사 체제 통해 정기선 경영승계 기반 마련


권 회장의 또 다른 주요 공로로는 2019년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물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체제 구축이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로 현대중공업을 떼어내고 존속법인은 HD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꿨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은 2019년 HD한국조선해양 출범이후 대표이사(회장)로서 초기 안정화 작업을 맡았다.

당초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에 실패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 체제가 남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 두산그룹으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현대제뉴인을 설립했다. 같은해 현대제뉴인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서 HD현대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로 출범했다. 권 회장은 또 한번 현대제뉴인의 대표이사를 맡아 인수 뒤 정상화를 담당했다. 현대제뉴인은 2023년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권 회장은 현재 HD현대 외에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참여하던 이사직은 정 부회장이 대체하는 추세다. 정 부회장은 지주사 HD현대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재계에선 권 회장이 HD현대의 사내이사를 내려놓는 시점이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마침표를 찍는 단계로 내다보고 있다. 권 회장의 공식 임기는 2026년 3월 28일까지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