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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한화리츠)가 예고했던 47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개시한다. 이번 유상증자에도 한화리츠와 인연을 이어가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참여하면서 완판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시가총액 35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한화리츠의 몸 값을 뛰어넘는 유상증자 규모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한화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화리츠는 이번 유상증자에 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을 동원할 준비도 마쳤다. 한화리츠의 주요 주주였던 한화증권이 2분기 동안 장내 매매를 통해 보유 지분을 대다수 덜어내면서 실권주 인수 채비를 마친 것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상 리츠는 주주 1인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이 50%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리츠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모집된 자금으로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상환하고 남은 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운용·증권 지분율 낮춰…실권주 인수 채비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오는 11월11일부터 이틀 동안 구주주 대상으로 유증 청약을 받는다. 1주당 발행가액 4345원씩 총 1억900만주를 발행해 총 4736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1주당 1.5439093484주씩 배정되는 구주주 배정 방식이다. 구주주 청약률이 100%를 넘지 못하면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넘어간다. 발행가액은 11월6일까지의 주가 흐름에 따라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모집금액은 바뀔 수 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같은 달 29일이다.
유상증자에 앞서 구주주에게 부여되는 신주인수권증서는 10월23일부터 5영업일 동안 상장 예정이다. 신주인수권증서가 있어야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데 이 증서를 해당 기간 동안 사고 팔 수 있어 유상증자 흥행 여부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2022년 5월 설립된 한화리츠는 계열사인 한화생명이 최대주주, 한화자산운용에서 자산관리회사(AMC)를 맡고 있는 등 한화그룹의 스폰서 리츠다. 올해 7월 말 기준 한화생명은 46.18%(3260만주) 지분율로 한화리츠 최대주주로 있다. 1% 미만이긴 하지만 한화운용과 한화증권도 특수관계회사로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점은 한화운용과 한화증권이 2분기 동안 장내매매를 통해 지분율을 줄였다는 것이다. 한화운용은 1.15%(81만3211주)에서 0.98%(68만8509주)로, 한화증권은 0.76%(54만6768주)에서 0%(164주)로 지분율이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변동이 없었다.
부동산투자회사법상 한화생명과 한화운용, 한화증권 지분율 합산이 50%를 초과하면 안되는 만큼 보유 지분을 미리 덜어낸 뒤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한 많은 물량을 인수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인수단에 이름을 올려 구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서 실권주를 11.11% 비율로 인수하기로 했다. 최대 526억원 한도로,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지분율은 6.74%로 되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주관사에 또 한투증권…계속 담는 미래에셋운용
이번 증자에서 대표주관사로는 한화증권 대신 한투증권이 맡았다. 인수비율은 무려 51.12%다. 인수단에는 한화증권 외에도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 SK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한투증권은 지난해 3월 한화리츠가 상장할 때에도 한화증권과 함께 대표주관사로 활동했다. 이번 유상증자 모집금액으로 상환 예정인 4500억원 규모 전단채도 지난 8월 한투증권이 80%에 가까운 3500억원어치를 인수해갔다. 이 같은 인연을 고려해 한투증권에서 이번 유상증자까지 대표주관사로서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종가 4930원 기준으로 한화리츠 시총은 3481억원인 만큼 몸 값보다 1200억원 더 많은 자금을 유상증자로 확보가 가능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삼성FN리츠는 구주주 대상 초과 청약으로 완판을 이뤄냈으나, 시총 3800여억원 대비 16%에 불과한 640억원 정도 규모였다. 삼성FN리츠도 삼성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그룹의 스폰서 리츠로, 이번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삼성화재 판교사옥을 자산으로 편입한다.
한화리츠 주요 주주 구성을 보면 한화그룹 계열사 외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18.21%), 코람코자산신탁이 보유한 코람코주택도시기금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8.5%), 교보생명(5.67%) 등 기관투자가들이 들어가있는 상태다.
이 중 미래에셋운용은 7월 이후에도 꾸준히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이 전날 기준 18.49%까지 올랐다. 한화리츠 주요 주주인 기관투자가들에게도 대규모 증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으로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증자 발표가 이뤄지면 투자 수익 목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던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해 시장에 던지기 때문이다.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를 포함해 최근 상장 리츠사들은 잇따라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조달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얼어붙었던 국내외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한화리츠도 사실상 자산 편입을 위해 증자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8월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한화생명으로부터 8080억원에 매입하기 위해 전단채 4500억원을 발행하고 나머지 자금은 담보부대출을 실행했는데, 이번 증자는 해당 전단채 상환 목적으로 진행된다. 한화리츠가 이번에 자산으로 편입한 서울 장교동 빌딩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위치해 한화그룹 본사로 사용되고 있어 상징성이 크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마무리된 삼성FN리츠의 유상증자는 올해 예정된 리츠 중 첫 번째 유상증자로 구주주 청약 완판에 성공해 일반공모로 넘어가지 않는 등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며 "한화리츠의 유상증자는 올해 예정된 리츠의 유상증자 중 최대 규모로, 리츠가 계열사의 프라임급 자산을 편입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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