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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이 주관사와 인수단 선정 없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직접 공모에 나섰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며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대신증권 내부적으로도 미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순위채는 자본성증권으로 분류돼 증권사 재무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개선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대신증권 재무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는 21일 1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6년물을 발행하기 위해 18일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직접 청약을 받는다. 발행 한도는 최대 2000억원이며, 금리는 6%로 확정됐다. 통상 10년물 이상 후순위채에 따라붙는 발행 5년 후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은 이번 대신증권 후순위채에 없다.
자본성증권 중 하나인 후순위채는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보통 발행 5년 후 콜옵션이 붙기 때문에 실제 만기일까지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5년 후 실제 상환에 나선다. 이를 고려해 대신증권은 5년 후 콜옵션 부여가 아닌 6년 만기 일시상환으로 가져간다.
대신증권이 이번에 1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하면 NCR은 지난 9월 말 335.8%에서 469.9%로 134.1%p 개선된다. NCR은 이익이나 자기자본이 늘면 수치가 높아지며, 규제비율은 100%지만 500%선 이상으로 관리할 것이 권고된다.
대신증권이 인수단 없이 직접 공모에 나선 배경으로는 지난달 미국이 단행한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의 여파가 꼽힌다. 더욱이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금리인하기에는 현 시점의 금리가 가장 높다고 판단해 채권시장으로 투심이 쏠린다. 여기에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상태다.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커질수록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관사와 인수단을 선정해 채권을 발행하면 미매각 가능성을 낮춰 평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대신증권은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미매각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리스크보다는 금리와 가격, 관련 모집의 자율성을 택한 셈이다.
대신증권이 확정 제시한 이율 6%는 국공채 5년물과 7년물 스프레드, 대신증권 후순위채와 엇비슷한 신용등급인 'A0~AA-'급 후순위채의 최근 발행사례를 참고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4일 실시한 신용평가 결과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A+' 등급을 받았다.
대신증권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전액 채무자금 상환에 쓸 예정이다.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까지 순차적으로 18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30일 100억원, 다음 달 12일 1000억원, 같은 달 14일과 27일 각각 600억원, 100억원의 만기를 앞뒀다. CP가 단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신증권 입장에서는 재무건전성 제고와 함께 차입구조 안정도 꾀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우선 1800억원 규모에 대한 후순위채 청약을 진행한 다음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신증권 측은 "이번 후순위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기존 단기차입금을 중장기차입금으로 대체해 자금구조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아울러 당사의 자본적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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