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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이달 말 마무리된다. 다만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줄었다. 다른 대기업집단에 비해 낮은 내부지분율, 2대주주의 부상 등 불안한 지배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새 과제가 생겼다.
상속세 연부연납 이달 완료…세금 부담에 총수 일가 지분↓
조 회장 일가는 2019년 조양호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변화를 맞는다. 선대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배우자 이명희(전 정석기업 고문)에게 5.94%, 조 회장과 조현아, 조에밀리리(조현민) 씨에게 각각 3.96%씩 돌아갔다. 당시 신고된 상속세만 약 2700억원이다.
오너 일가는 2019년 10월 말 상속세 신고를 완료하고 5년간 6회로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연부연납 종료 시점은 이달 말일이며 조 회장 일가는 잔여 부담금 약 450억원을 납부하면 상속세 족쇄를 풀게 된다.
아쉬운 점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오너가의 지분이 줄어든 것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조원태 회장 일가 및 계열회사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19.06%다. 조양호 선대회장 별세 직후 지분율(28.94%)과 비교하면 9.88% 낮다.
친족 지분율이 낮아진 것은 선대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6.49%)이 특별관계자에서 이탈한 영향이 컸다. 또한 조원태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면서 오너일가 지분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이명희 고문의 지분 매각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74만3410주를 처분해 907억7769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이 전 고문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약 900억원)와 비슷한 액수다. 다만 2019년 말 5.31%였던 지분율은 현재 2.09%로 낮아졌다.
낮은 조원태 회장 지분…안정적 지배구조 확보 과제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새로운 과제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기준 동일인(조원태) 지분율은 5.78%로 미미한 수준이다. 또 친족 및 계열사 지분을 더한 우호지분도 19.05%에 불과하다.
전체 지분구조를 봐도 조 회장의 지배력은 확고하지 않다.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17.82%를 보유한 호반그룹이다. 2대주주는 델타항공(14.90%)이며 3대주주는 KDB산업은행(10.58%)이다. 델타항공 및 산업은행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맻고 있지만 경영권을 상실하면 언제든지 관계가 끊어질 수 있는 구조다.
오너일가의 기업 지배력을 나타내는 '내부지분율'도 낮은 편이다. 내부지분율은 전체 자본금 중 오너일가와 계열사들이 보유한 금액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 있는 78개 기업집단의 평균 내부지분율은 61.2%이다. 이 중 3.5%는 총수일가, 54.9%는 계열사가 보유했다.
반면 한진칼의 전체 내부지분율은 44.6%에 그쳤다. 공정위가 조사한 78개 집단 중 68위에 해당한다. 부문별로 보면 총수 일가 내부지분율은 0.94%였다. 이밖에 지분율은 △계열회사 42.43% △기타 1.23%다. 오너일가의 소유집중도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경영권 확보 선결 과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은 산업은행의 우호 지분(10.58%)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은 2020년 경영권 분쟁 당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며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다만 산은 지분의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지원의 성격이 강하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기업결합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한진칼 지분을 매각 대상에 올릴 수 있다.
합병 후에도 대비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주식 보유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마무리되고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면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 시점에 맞춰 2대주주 또는 사모펀드가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선다면 경영권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김덕호 기자 pad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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