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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 오후2시 '블로터'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딜로이트안진에서 한형주 파트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딜 본부에서 매수, 매각자문 등의 재무 자문 업무를 수행한 뷰티 기업 인수합병(M&A)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최근 국내 뷰티 기업은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의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다수의 투자자가 뷰티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실제로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됐다.
한 파트너는 이날 “뷰티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투자자가 다수 있는 게 작년과 올해의 차이점”이라며 “앞으로 매도자-인수자 간 매칭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한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뷰티 기업 자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2018년 딜로이트안진 입사 이후 첫 수임 프로젝트가 국내 뷰티 기업의 투자유치 자문이었다. 마침 당해 국내 뷰티 업종이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해 해당 산업을 담당하게 됐다. 당시 마스크팩 제조사들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이후로 K뷰티의 성장성을 보고 오랫동안 화장품 산업을 구성하는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기업 별로 스터디하고 네트워킹 등을 준비해 왔다.
-뷰티 산업의 범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화장품에 속하는 스킨케어, 색조 외에도 헤어케어, 향수 및 데오도란트도 뷰티의 영역에 해당된다. 이너뷰티(Inner Beauty)의 영역까지 넓히면 건기식 등 식품도 뷰티 산업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미용 기기와 스킨 부스터 제조 및 브랜드 업체도 포함된다. 현재 국내 화장품 제조사는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 기준 4567개, 브랜드사는 3만1524곳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현재 뷰티 기업 딜은 활발한 편인가, 앞으로 산업과 M&A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2023년 악조건 속에서 티르티르, 서린컴퍼니, 스킨이데아 등의 화장품 브랜드사들이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을 기점으로 뷰티 기업 딜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조선미녀’ 브랜드를 운영하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구다이글로벌이 스킨1004를 운영하는 크레이버를 인수한 데다 서린컴퍼니 매각이 다시 진행돼 딜이 가장 활발한 상황이다.
국내 뷰티 산업은 2020년 코로나19 이전부터 조정기를 거쳤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가 장기화되어 불과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뷰티 업종 내 좋은 기업들도 시장에서 소화가 안될 만큼 억눌린 상황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상황이 작년 하반기부터 해소돼 올해는 뷰티 기업들이 상당 수의 실적을 거두고 있고 주가, 투자금 회수(엑시트) 등의 성과에서도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뷰티 산업의 공급망(Value chain)은 크게 브랜드, OEM/ODM(제조자개발생산), 용기/부자재, 원료/소재, 유통 등으로 분할 수 있다. 올해는 브랜드 기업들의 딜이 활발했지만,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후방 산업(제조 등) 딜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뷰티 산업 자체의 관점에서 보면 올해 들어 일본, 미국 등에서 K뷰티의 인지도가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다. 향후에는 북미를 넘어 유럽, 중동 등으로 국내 뷰티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에서 K뷰티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조짐이 있다.
나라 별로 기후가 상이한 만큼 피부에 대한 고민 역시 다르다. 보습 혹은 미백 등 피부 개선 효과에 따라 뷰티 브랜드도 글로벌 시장에 선별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보이며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 기업 딜이 다른 업종과 구분되는 특이점이 있는가
△뷰티 산업의 경우 예측불허의 시장이다. 이 점이 큰 매력일 수도 있고 되게 난도가 높은 산업 영역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적 등의 성과가 소비자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이 있어 오너도 매출 등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가의 면적과 인구에 따라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뷰티 브랜드의 오너 입장에서는 ‘왜 잘 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이 힘든 사례(케이스)가 많다. 숫자로 표현되는 것 외의 기업가치를 외부에 이해시키는 게 난해한 측면이 있다. 투자자들은 되도록 객관적인 데이터를 많이 취합하여 회사의 성장 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할만한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오너의 비전과 해당 회사의 향후 성장 전략 등을 객관화해 이를 마케팅으로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
-뷰티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무엇을 주안점으로 두는가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시장 지위와 향후 상승여력(Upside potential)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브랜드, 제조 등 공급망 별로 멀티플(Multiple)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 우선, 브랜드의 경우 해외 시장에 얼마나 의미있게 진출해 있는지, 제품 카테고리가 국내 혹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지, 니치 마켓(틈새 시장)의 강자라면 해당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후방 산업의 경우 국내 뷰티 업종에는 로레알(L'Oréal),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시세이도 (Shiseido), 샤넬(Chanel)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둔 글로벌 회사들이 많다. 따라서 이들이 보유한 국내외 우량 고객 및 해외 전략 등이 기업가치 책정에 주효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뷰티 기업 딜이 이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자문사 입장에서는 타깃과 인수/투자 후보를 물색해 매칭시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과 투자자별로 기본 수요(니즈)를 파악하고 뷰티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기초 화장품도 더마코스메틱(의약 기술 접목 화장품), 클린 뷰티(친환경 뷰티) 등 세부적으로 업종이 구분된다. 투자자 별로 타깃 회사가 다른 만큼 이를 정확하고 면밀히 알고 있어야 잠재 매수자를 매칭시켜줄 수 있고 딜을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다.
실제로 딜로이트안진은 화장품 용기기업 삼화 매각 딜을 입찰(비딩) 없이 딜을 진행했다. 잠재인수자의 인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딜이다. 해당 딜은 시장에 크게 노출되지 않고 계약 체결한 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뷰티 기업 혹은 M&A를 검토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 들어 드라마틱하게(극적으로) 상승해 온 국내 화장품 상장사들의 주가가 약간의 조정을 거치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은 해외에서 계속 성장하겠지만 올해 과열 국면이 지나면 내년즈음 서서히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의 성장성 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관심을 가지다 보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딜로이트안진의 뷰티 기업 관련 딜 자문과 조직 구성의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매물이 나왔을 때 자동으로 아모레퍼시픽(AP), LG생활건강에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중견/대기업, 사모펀드, 해외 기업 가운데 타깃 기업과 수요가 맞는 잠재 매수자를 선별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또한 뷰티 기업 딜을 여러 차례 경험해온 특정 자문팀이 계속 딜을 담당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의 제품 원가구조, 연간 광고비, 제품별/채널별 가격구조 등의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 이에 따라 비전문가는 실현하기 힘든 디테일한 마케팅(태핑) 전략과 프로세스 효율화를 제공하고 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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