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

[한미약품 어디로] 라데팡스, '한미사이언스' 경영 참여 선언…엇갈리는 평가

Numbers_ 2024. 11. 26. 12:42

▼기사원문 바로가기

 

[한미약품 어디로] 라데팡스, '한미사이언스' 경영 참여 선언…엇갈리는 평가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임주현)의 상속세 자문을 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올해 초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후 또다시 모녀의 백기사로 등장했다.3자연합(신동국·송

www.numbers.co.kr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임주현)의 상속세 자문을 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올해 초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후 또다시 모녀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에는 모녀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형제(임종윤·임종훈) 측은 제약 비전문가의 경영 참여를 우려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가현문화재단 등은 라데팡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라데팡스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 가현문화재단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3.65%를 매입할 예정이다. 라데팡스는 지분 취득에 총 872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거래로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6.16%에서 4.9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부회장의 지분율은 9.70%에서 9.16%로 하락한다. 

모녀는 지난 7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우군으로 만든 데 이어 라데팡스까지 끌어들였다. 이에 신 회장 중심의 3자연합은 4자연합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까지 맺었다. 

라데팡스는 모녀와 SPA를 체결한 후 한미사이언스 경영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라데팡스는 "특정 대주주에 치우치지 않고 주주와 임직원, 고객, 협력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며 "대주주 3인(3자연합)과 협력해 한미약품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라데팡스를 이끄는 김남규 대표는 올 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도하면서 임 부회장과 함께 OCI홀딩스 사내이사로 들어가려고 했다. 당시 OCI는 김 대표를 "삼성전자 수석변호사, 삼성메디슨 및 에스원 준법경영팀장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법률전문가"라며 "이사회 운영에 객관적이고 법리적인 판단과 함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올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형제가 승리하면서 통합작업은 무산됐고 김 대표와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도 없던 일이 됐다.

라데팡스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된 후에도 물밑에서 모녀의 자문을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모녀 입장에서는 라데팡스의 지분 매입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은 물론 경영권 방어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향후 라데팡스가 시장에 풀린 지분을 장내매수해 모녀의 우호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형제 측은 라데팡스의 경영 참여에 우려를 표했다. 라데팡스가 모녀 측 자문을 맡은 후 인재들이 대거 퇴사했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라데팡스는 모녀 측 자문에 응하면서 한미사이언스에 전략기획실을 만들었다. 이후 비제약 출신인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을 전략기획실장이자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형제 측에 따르면 배 전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에 들어온 후 최고경영층 및 제약 관련 박사급 인재 22명이 퇴사했다. 

한미약품 전 임원은 "올 초 OCI그룹과의 통합은 라데팡스 측 추천 인사로 구성된 전략기획실과 소수의 이사진이 결정했다"며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이 제약 분야 비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돼 그룹에 혼란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데팡스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갈등은 내년 정기 주총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OCI그룹과의 통합 때처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멤버 9명 중 3자연합 측으로 꼽히는 사외이사 3명(신유철·김용덕·곽태선)이 내년 3월에 임기를 마친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라데팡스가 경영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내년 정기 주총에서 3자연합이 주주제안으로 김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