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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며 그룹 경영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이번 결정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김호연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승계 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빙그레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5월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 사업 투자 및 자회사 관리 등 투자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사업회사는 음·식료품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해 각자의 사업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빙그레 측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할로 설립되는 사업회사 ‘빙그레’(가칭)는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 생산 및 판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경영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사업 전문성과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존속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는 향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그룹의 장기적 성장을 이끈다.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등 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빙그레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0.25%(100만9440주)를 전량 소각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관련 내용 공시 후 빙그레 주식은 오는 25일 오전 9시까지 매매 거래가 정지된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김동환 폭행…불확실성도
이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재 빙그레의 지분분은 김호연 회장이 36.75%, 재단법인 김구재단이 2.03%, 재단법인 현담문고가 0.13%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3월 장남 김 사장을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 사장은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해 구매부 과장, 부장 등을 거쳐 2021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 3월에는 사장직에 오르며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논란들이 경영 승계 작업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그레가 오너 일가의 물류 계열사 ‘제때’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빙그레는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이 부라보콘 과자와 종이 등 생산을 맡았던 협력업체 동산산업과 거래를 끊고 물류 계열사 '제때'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때는 김 사장을 포함한 김 회장의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더불어 김 사장은 지난 6월 음주 상태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검찰은 징역형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김 사장이 반성하고 피해자가 선처를 요청한 점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사건들은 경영권 승계를 추진 중인 빙그레 그룹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과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오너 일가의 도덕성과 경영 책임 역시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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