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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 4.95%를 새로 신설되는 재단법인에 넘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HL홀딩스의 자사주 처분을 놓고 일반주주의 이익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자사주 처분을 사회환원이 아닌 재단에 대한 무상증여 성격이라 본 것이다.
의결권 부활 자사주 활용…36.5% 지분 확보
HL홀딩스는 이달 11일 자기주식 처분 공시를 통해 보유 자사주를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한 재단법인 무상 출연'하겠다 밝혔다. HL홀딩스는 지분율 7.5%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절반 가량인 4.95%를 설립 예정 재단에 출연할 계획이다.
HL홀딩스는 HL그룹의 지주사다. 정몽원 회장이 25.03%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범 현대가인 KCC 지분 4.25%, 친인척, 임직원 등을 포함해 31.58%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사주 4.95%가 재단법인에 넘어가면 정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36.53%로 확대된다. 본래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분이지만 타법인에 넘어가면 의결권이 살아나게 된다.
이에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HL홀딩스의 자사주 처분을 일반주주의 권익침해로 규정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회사 돈이 들어간 자사주를 주주 승인 없이 무상 출연하는 것은 저가 발행을 넘어 사실상 공짜 신주 발행과 마찬가지로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이다"라며 "재단법인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출연은 상장사가 아닌 창업가 자금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논평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반발 이후 HL홀딩스는 출연 지분을 최소 5년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지분의 의결권이 살아있는 한 언제든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재단 정관에 의결권을 영구적으로 미행사하겠다는 내용을 담을 것을 주장했다.
HL홀딩스 관계자는 "5년 이후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아닌 최소 5년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며 "의결권 미행사 기간은 길어질 수 있고 재단 설립 목적은 사회적 책무 이행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영리재단 설립은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신청서 접수 후 20일 이내 허가가 떨어진다. 현재 HL홀딩스는 인허가를 위해 신청서 접수를 마친 상태라 밝혔다. 늦어도 다음달 초 인가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법인 설립 등기와 설립 신고, 등기보고 등을 진행할 경우 내년 초쯤 재단 출범이 완료될 것으로 추정된다.
HL홀딩스가 재단의 성격을 사회적 책무 이행이라 밝힌 만큼 자선 성격의 재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 명칭과 성격, 인력 구성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HL홀딩스는 이와 별개로 101억원 규모의 지분 2.9%를 소각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 이후 HL홀딩스의 정회장 일가 지분율은 더욱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정지연ㆍ정지수' 오너3세 승계 밑그림
이번 자사주 처분은 정 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뿐 아니라 정 회장의 두 딸 정지연, 정지수 씨의 향후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정지연 씨와 정지수 씨는 각각 HL홀딩스 지분 1.14%씩을 보유 중이다.
정 회장의 두 딸은 올해 1월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확대했다. 지연 씨는 배당소득, 투자이익, 증여 등의 자금으로 장내매수에 나섰다고 밝혔으며 지수 씨는 근로소득, 배당소득, 투자이익, 증여 등 자금을 활용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각 개인 자금 20억원 씩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향후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KCC, 재단지분 4.95%가 더해지면 최대 11.48%의 지분율 확보가 가능하다.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12% 넘는 지배력을 간접 확보할 수 있게 되면 2.28% 지분율로 정 회장에 이어 실질적 2대 주주 역할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지연 씨는 1982년생, 지수 씨는 1995년생이다. 지연 씨는 이재정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아들 이윤행 씨와 결혼했다. 이 씨는 현재 HL만도의 부사장 직급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맡고 있다. 1982년생으로 조지타운대학교 법학센터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HL만도에서 미주지역 대표와 HR아메리카 실장을 지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 회장이 장녀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뒤 맏사위인 이 부사장에게 경영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자신이 보유한 HL그룹 내 계열사 HL D&I한라 지분을 지주사 HL홀딩스에 넘기며 지배력 강화를 돕고 있다. 승계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까지 HL그룹 내 건설업 계열사인 HL D&I한라 지분 17.51%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보유 지분을 HL홀딩스에 증여해 현재 정 회장의 지분율은 10%까지 축소됐다.
증여 이후 HL홀딩스의 HL D&I한라 지분율은 연초 16.27%에서 23.78%로 확대됐다. 장녀 정지연 씨는 HL D&I한라 지분 0.26%를 보유하고 있다. 차녀 정지수 씨는 0.05%의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HL D&I한라에는 1990년 HL그룹이 설립한 학교법인 배달학원(한라대학교 운영)도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3% 지분을 보유한 배달학원과 범 현대가 KCC 지분 9.78%를 합하게 되면 12.08% 지분이 정 회장의 두 자녀의 우호지분이 된다. HL홀딩스의 우군이 신설 재단법인이라면 HL D&I의 우군은 학교법인 배달학원인 셈이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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