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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성신양회 회장이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늘려가고 있다. 개인 지분을 확대해 최대주주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성신양회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보유했던 신주인수증권의 권리를 행사해 지분 11.98%를 확보하며 부친 김영준 명예회장의 보유지분 11.05%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고(故) 김상수 창업회장이 1967년 회사를 설립한 지 49년 만에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김태현 회장, '분리형 BW 마법' 최대주주 등극
김 회장은 1974년생으로 미국 루이스앤클라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6세였던 2000년 김 명예회장이 성신양회 주식 56만2857주를 증여하고 김 회장이 장내매수로 39만8090주를 사들이면서 2.16%였던 지분율을 9.15%까지 끌어올렸다.
김 회장은 2년 뒤인 2002년 성신양회 기획이사로 입사했다. 입사 이후 기획상무를 거쳐 2013년 대표이사가 됐다.
2013년은 성신양회가 본격 승계에 나선 해다. 성신양회는 당시 승계 수단으로 널리 활용됐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적극 활용했다. 성신양회는 1999년 2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채권에 해당하는 200억원은 곧바로 매입 소각했으나 남은 무기명 워런트(신주인수권)는 김 회장과 동생 김석현 부사장에게 배정됐다.
2004년 두 사람은 워런트 중 절반은 포기했으나 남은 물량을 모두 행사하면서 각각 83만483주씩 취득할 수 있었다.
성신양회는 2013년에도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BW 역시 채권 금액은 상환이 완료됐고 이후 남은 워런트는 김 회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인수했다. 3년 뒤 워런트를 행사하고 김 회장이 장내매수로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11.98%)가 됐다. 김 회장이 2016년 최대주주에 오를 당시 아버지(11.05%)와의 지분 격차는 0.93%p에 불과했다. 이듬해 성신양회 보통주 3만5300주를 장내매수하며 아버지와의 지분 격차를 1.07%p까지 늘렸다.
김태현 회장, 2023년 기점 장내매수 재개
김 회장이 최대주주가 된 후 성신양회 지분율은 한동안 변화가 크지 않았다. 승계 이후 2년 가까이 김 회장이 지분을 추가 매수하지 않으면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은 28~31% 수준에서 유지됐다.
한동안 지분 매입을 멈췄던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장내매수를 재개했다. 여섯 차례의 장내매수로 10만9110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에 김 회장 지분은 12.65%까지 확대됐다. 김 회장은 올해도 열두 차례의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이달 6일 김 회장이 공시한 지분율은 13.35%였다. 김 회장이 두 달 사이 장내매수에 투입한 비용은 5억원이다.
김 회장이 장내매수를 다시 시작한 것은 주요주주인 동양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지분매입을 중단한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이 장내매수로 5% 이상 주요주주가 됐다.
동양은 유진그룹 내 레미콘 사업을 하는 법인으로 2021년 성신양회 지분 6.89%를 취득했다. 동양은 아세아시멘트(1.1%), 한일시멘트(0.5%) 등 다른 시멘트 회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으나 유독 성신양회 지분율이 높다.
동양은 지분매입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반면 성신양회 측은 동양의 지분매입을 적대적 인수합병(M&A) 목적으로 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성신양회는 2022년 정관을 변경해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M&A로 해임될 경우 퇴직금 외 보상액으로 대표이사 200억원, 각 이사 50억원씩을 지급하는 안(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했다.
주요주주 동양, 차남 김석현 부사장 지분 견제?
김회장의 지분매입은 동양 측과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35.33%로 6.89%인 동양과 격차가 크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사례와 같이 제3자가 등장할 경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충분하다.
성신양회 정관에는 종류주식 전환 시 적대적 M&A 방어 등 기타 경영상 이유를 고려해 전환 사유를 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마련됐다. 이는 신주인수권을 발행해 적대적 M&A를 차단하는 포이즌필 도입 근거를 위한 조항으로 해석된다.
성신양회 측은 현재 김 회장의 장내매수를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양은 2021년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요주주로 참여했고 이후 경영권 참여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은 당시 지분매입을 금융자산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동양 관계자는 "레미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시멘트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분을 늘리게 된 것"이라며 "단순 금융투자 목적의 매입으로 이후 추가 지분매입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계속 지분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지분은 13.48%로 부친인 김 명예회장(11.39%)과 동생 김석현 부사장(4.8%)의 지분을 합칠 경우 격차가 크지 않다. 이미 승계의 축이 김 회장 쪽으로 기울었으나 부친의 지분이 동생에게 갈 경우 한미그룹과 한국앤컴퍼니 사례처럼 형제 간 지분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 부사장은 1980년생으로 김 회장과 여섯 살 차이가 난다. 김 부사장 역시 루이스앤클라크대를 졸업한 뒤 2010년 성신양회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실장(전무) 등을 거쳐 2020년 부사장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2020년 열 차례 성신양회 지분을 매수해 지분을 늘렸다. 3.75%였던 지분율은 2020년 말 4.6%까지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성신양회가 2018년 레미콘 부문 분사를 계기로 김 회장이 시멘트를, 김 부사장이 레미콘 사업을 각각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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