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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2017년 SK케미칼을 인적분할해 탄생한 SK디스커버리를 지주사로 전환해 한 지붕 두 가족체제가 됐다. SK㈜를 정점으로 하는 한 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고 SK디스커버리는 최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겸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끄는 구조가 완성됐다.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하는 행위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SK건설(현재 SK에코플랜트)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SK디스커버리는 화학, 에너지 등 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계열분리를 준비해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지주사 출범 당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SK디앤디는 SK디스커버리가 매각한 SK건설의 빈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SK건설을 넘기며 부동산업을 포기했던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앤디를 통해 디밸로퍼 영역에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SK디앤디, 부동산사업 공백 대체제 부상
최창원 부회장에게 SK건설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3년간 SK건설에 근무하며 그룹내 건설업을 주도해왔다. 그는 2013년 SK건설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SK건설은 아내인 최유경 씨와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치과의사였던 최 씨는 SK건설 사내부속치과 원장을 지냈다.
2017년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로 전환할 당시 보유한 SK건설 지분은 28.25%였다. 당시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했기에 추가 지분 취득 혹은 매각이 불가피했다. SK건설의 1대주주인 SK가 44.48%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SK디스커버리가 건설업을 포기하고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처분했다.
최 부회장이 SK건설 지분매각 이후 부동산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택한 회사가 SK디앤디다. SK디앤디는 2004년 아페론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2005년 최창원 부회장이 지분 70%를 취득하고 있는 비상장사였다. 2007년 SK건설이 아페론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배구조는 SK건설 44.98%, 최창원 38.76%로 변화됐다. 이때부터 SK건설과 아페론이 담당하는 부동산 사업은 최 부회장의 장래 먹거리의 한축으로 계획됐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SK건설은 보유지분 전부를 SK가스에 넘긴다. SK가스의 자회사가 된 이후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SK가스의 지분율은 30%대로 낮아지게 된다. SK디앤디는 201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최 회장은 2018년 SK디앤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현재는 SK디스커버리가 SK디앤디의 최대주주를 맡고 있다. SK디앤디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강화하면서 디밸로퍼로서 성장기에 접어들게 된다.
SK건설 납품업체에서 디밸로퍼 위상 변화
SK디앤디는 2011년까지만 해도 SK건설에 주방가전과 빌트인가구 등을 납품하는 매출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설립 초에는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80%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2014년 SK가스가 최대주주가 될 즈음에는 SK건설발 매출 비중이 5% 미만으로 줄었다.
SK디앤디가 SK건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 일부는 최 부회장 몫이 됐다. SK디앤디는 2011년 40억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2013년 11억원을 배당했고 2014년에는 39억원을 배당금으로 분배했다.
SK디앤디는 2011년 도시형 생활주택 브랜드 QV를 론칭하는 등 부동산 개발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독자 생존을 준비해왔다. 2011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단독 개발사업자로 참여해 준공된 강남 논현 파로스타워가 초기 디밸로퍼로서의 대표적 성과다.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매각한 이후 SK디앤디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SK디앤디의 매출액은 SK건설 매출의 5~10% 수준이었으나 순이익 면에선 한때 SK건설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로 자리매김했다.
SK디앤디는 2020년 66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같은해 105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SK건설 대비 62.7% 수준의 성과를 냈다. 2021년에도 13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한 SK건설 순이익 2481억원 대비 절반 가량의 성과를 냈다.
SK건설에 가전을 납품하던 SK디앤디는 지난해 103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반면, SK에코플랜트는 3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SK디앤디는 당산SK V1센터, 가산SK V1센터, 강남역 바이엘106, 성수W센터데시앙플렉스 등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성장했다. 주로 오피스 개발에 집중해왔던 SK디앤디는 지식산업센터 브랜드 '생각공장', 임대주거 브랜드 '에피소드'를 앞세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움트는 공사매출, 시공업 진출도 본격화할까
SK디앤디는 주로 부동산 매입, 개발, 등 디밸로퍼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다만 지난해부터 매출액 가운데 공사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시공업 분야에서도 외형을 확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디앤디는 지난해 공사수입 매출로 142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 가운데 3% 비중을 차지하는 적은 액수였으나 올해 3분기 기준 공사수입 매출은 226억원으로 증가했다. 3분기 기준 매출 대비 1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신재생에너지사업 ESS사업 등을 분할한 까닭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SK디앤디는 별도로 시공사를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군포 역세권 복합개발 등 프로젝트 일부에서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공정률이 높아지면서 SK디앤디 매출에 공사수입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 SK디앤디가 본격적으로 시공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향후 공동시공사로서 역량을 갈고 닦아 종합건설업체로 변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SK디앤디는 군포 역세권 복합개발 프로젝트 대출에 책임착공과 책임준공 의무로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도급액 5627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태영건설, SK에코플랜트가 공동 시공사로 참여 중이다.
SK디앤디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SK디앤디는 시행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군포 등 일부 현장에서 현재 공동시공사로 진행하고 있는 공사의 공정률 진행에 따라 공사 매출이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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