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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제시한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에 반대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대주주를 위한 개편이 아니며 ISS가 제시한 주장의 많은 부분에서 논리적 오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FO)는 3일 주주서한을 통해 ISS가 제시한 분할합병 반대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11월 28일 ISS는 “소수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 의결권 행사 권고안을 발간했다.
이날 박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ISS 리포트에서)크고 작은 10개 이상의 사실 오류를 발견했는데 많은 내용과 가정들이 기본적인 팩트(사실)에 맞지 않는다”며 “ISS에서 충실한 조사와 검토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작성한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운을 띄웠다.
“㈜두산 실익 없어, 특별위원회 의결은 불가”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딜(Deal)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이익을 위한 딜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주주의 두산밥캣에 대한 영향력 강화 및 이익 증대가 있는 거래가 될 수 있음에도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검토되지 않았다는 ISS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박 대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밥캣이 어느 계열사의 자회사가 되느냐의 차이일 뿐 수치상(지분율) 변화가 없고 지배력도 동일하다”며 “오히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의결권은 기존 68%에서 57%로 희석되며 ㈜두산이 배당 등으로 얻을 이득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차입금 이전, 인수대금 등 이자비용이 늘어 ㈜두산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가령 두산밥캣이 기존처럼 주당 1600원을 배당하면 두산로보틱스는 약 740억원을 받게 된다. 여기서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이관된 차입금 이자비용 400억원을 제외한 340억원을 전부 배당하면 ㈜두산에게는 약 190억원이 배당된다. 여기에 구조개편으로 ㈜두산이 취득하게 된 큐벡스 인수대금 3700억원의 이자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두산이 가져가는 이익은 없게 된다.
박 대표는 또 상법상 사외이사들만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이번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상법에 따르면 분할합병은 주총의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아닌 특별위원회에서 이번 거래를 심의‧의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례도 없다는 설명이다.
“분할합병, 경영효율성 위한 최선의 선택”
박 대표는 이번 딜이 복잡한 분할합병거래를 선택했다는 ISS의 지적에 “현재 경영 환경에서 투자의 속도와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거래의 확실성과 신속성이 보장되는 분할합병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두산밥캣은 글로벌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로 해외사업장이 대부분이다.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및 EU를 포함해 3국 이상의 기업결합신고가 필요하다. 다만 결합신고 승인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매수자에 따라 승인이 거절될 위험성도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경우 해외기업결합 승인에 약 4년이 소요됐다.
여기에 두산밥캣의 다운사이클을 고려하면 매각 기간의 지연은 물론 매각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 근거로 박 대표는 최근 인수합병(M&A) 진행 사례의 성공률이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ISS 제시한 두산밥캣 동종기업군 적절치 않아”
두산에너빌리티는 ISS가 제시한 두산밥캣의 기업가치 평가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ISS는 두산밥캣이 다른 아시아 동종업계 기업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박 대표는 사업과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동종업계라고 볼 수 있는 회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산밥캣은 과거 두산인프라코어가 중대형 건설기계에서 소형 건설기계 부문으로 확장을 하기 위해 인수한 북미 시장에 기반을 둔 소형 건설기계 회사다. 박 대표는 “ISS 보고서에 열거된 회사들은 주력 사업, 주요 매출 지역과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동종업계 라고 볼 수 있는 회사는 없다”며 “특히 중국 회사들의 경우 경기 부양 목적의 자국 정책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멀티플 변동 폭이 상당해 동종업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업계 실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 자체가 일본 및 중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각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두산밥캣과 아시아 동종업계의 기업가치비율을 직접 비교해 두산밥캣이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박 대표는 분할합병의 정당성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두산밥캣 주식의 가치 산정은 외부평가기관으로 안진회계법인, 이촌회계법인 및 우리회계법인의 3개 회계법인의 공정한 평가를 거쳤다”며 “통상 자본시장법 상 분할합병 외부평가법인은 1개 회계법인만 선정해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치평가의 독립성과 공정성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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