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스타트업

알리서 1000억 투자 받은 에이블리, 독이 든 성배일까

Numbers_ 2024. 12. 4. 15:39

▼기사원문 바로가기

 

알리서 1000억 투자 받은 에이블리, 독이 든 성배일까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이 됐다.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지만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정보 유출과 시

www.numbers.co.kr

 

에이블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 사진 = 에이블리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이 됐다.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지만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정보 유출과 시장 잠식 등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지난 2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그룹은 중국의 종합 IT그룹으로 한국서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한다. 이번 투자로 알리바바는 에이블리 지분의 5% 가량을 취득했다. 알리바바가 한국 이커머스에 지분 투자하는 첫 사례다. 

에이블리는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됐다. 직전 투자였던 2022년 1월 프리시리즈 투자 유치 당시 9000억원대였던 기업가치는 이번 투자로 약 3.5배 증가했다. 또 에이블리는 역대 글로벌 투자를 받은 한국 스타트업 중 두나무, 야놀자, 토스, 무신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이블리, 알리와 손 잡은 이유


에이블리가 알리와 손 잡은 것은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하기 위한 선택이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양강 구도로 치열한 경쟁 중이다. 에이블리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그재그보다 늦은 2018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 주요 지표는 지그재그를 앞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 최초로 올해 거래액 2조원을 돌파했다. 또 올해 10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79만명으로 무신사(768만명), 올리브영(644만명)을 앞지르며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투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도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여성 패션플랫폼 업계서 유일하게 흑자전환했지만, 자본잠식에 시달리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제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 대비 45.46% 증가했고, 744억원이던 영업손실은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자산총계 1129억보다 많아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에이블리는 자본잠식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 왔다.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등으로부터 173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 초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벤처 대출 형태로 500억원을 투자받았다. 

 

C커머스 영향력 더 커지나


다만, 일각에서는 에이블리에 중국 자본이 흘러들어가며 민감한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되고 중국의 한국 패션산업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알리는 올해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 주요 패션플랫폼들과 접촉하며 지분 투자를 논의했지만 에이블리를 제외하고 모두 결렬됐다. 중국으로 정보가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사가 희망할 경우 플랫폼 기업들은 핵심성과지표(KPI)를 제공하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경우 거래액을 비롯해 주요 입점 브랜드 정보, 고객 주문 정보 등을 포함한 민감한 영업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에 경쟁적으로 진출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형국에 패션 산업까지 잠식되는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해외 섬유류의 약 40%가 중국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션 플랫폼까지 접수돼 국내 패션 제조, 유통, 소비 시장 모두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에이블리 측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세부 투자 조건을 공개할 수 없지만, 개인정보와 관련된 비밀유지 사항이 있다"며 "지금껏 에이블리는 단 한차례도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알리의 국내 패션시장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도 "이번 투자는 글로벌 연합 투자 유치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에 시장이 잠식되거나 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블리는 이번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총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연합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진출 판로를 확대해 국내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