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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꼽히는 만큼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효성그룹의 또다른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9200억원을 조달해 사업 양수를 결정한 가운데 자금 동원력이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효성티앤씨의 현금 자산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효성 측은 인수 자금 9200억원 가운데 오는 19일 계약금 1380억원을 치를 예정이다. 잔금 7820억원은 양수 기준일인 다음달 31일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효성티앤씨의 재무 여력이 특수가스사업부를 인수하기에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올해 9월 말 효성티앤씨 연결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87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보유한 현금자산의 약 10배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 외 △투자부동산 1200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361억원 △기타유동자산 488억원 등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자체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마저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각종 금융자산, 매각 예정 자산, 계열회사의 투자 자산 등 곳간을 털어야 확보할 수 있는 숫자다.
효성 측은 1조원 규모의 매출채권 매각 등 자산 유동화로 인수 자금 92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매출채권을 한번에 현금화하기 어렵다. 이로인해 사실상 회사 내부에서 92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전부 조달할 수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효성티앤씨는 인수금융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효성 측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수금융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은 인수자가 특수목적기업(SPC)을 세운 뒤 인수자 혹은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이나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형태다. 일반 대출이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금융주선사가 대출 총액을 인수한 뒤 이를 은행·연기금·보험 등 기관투자자에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인수금융 담보인정비율(LTV)은 60% 미만이다. 효성티앤씨 최대주주인 효성의 지분(20.32%)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조달할 경우 최대 조달 가능한 금액은 1250억원으로 추산된다.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조256억원을 감안한 최대주주 지분 가치에 LTV 비율 60%를 적용한 값이다.
다만, 효성티앤씨의 자체 자금에 더해 자산 유동화와 인수금융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도 92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시일내에 지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투자에 관심을 피력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혔던 투자자로는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노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있다. IMM크레딧솔루션(ICS)과 글랜우드크레딧 등 크레딧펀드도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KB자산운용, 스톤브릿지-BNW인베스트먼트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삼성전자에서 매출 70%가 나오는 등 현금흐름(캐시플로) 측면에서 매우 안정적”이라며 “다시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효성에서 인적분할된 효성티앤씨는 효성그룹의 섬유·무역사업 계열사로 통한다. 무역 부문에서는 삼불화질소(NF3) 가스, 타이어보강재 등 철강 및 화학 제품의 트레이딩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NF3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특수가스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역시 NF3를 생산하고 있어 효성티앤씨가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시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스판덱스 사업 등이 업황에 민감한 사업의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연산 8000톤 규모의 NF3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생산량 기준으로 SK스페셜티와 중국 페릭에 이어 세계 3위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효성티앤씨가 매긴 특수가스사업부의 밸류에이션(가치)은 9200억원으로 전해졌다. 이 액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통해 산출됐다. 외부평가인인 삼덕회계법인 분석 결과 평가대상사업부의 가치는 8318억원에서 1조310억원의 범위로 추산됐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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