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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M&A] 매각가 어떻게 산출됐나...5년뒤 5배 성장

Numbers 2024. 12. 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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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효성화학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가치 산정의 핵심 키워드는 '중위값'이다.

딜이 외부 매각에서 계열사간 거래로 방향을 튼 이후 가격을 높게 불러도, 낮게 불러도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어떤 경우에도 우려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가격 산정 과정이 꽤 까다로울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사업부 평가액 범위를 최소 8318억원에서 최고 1조310억원으로 정하고 중간값인 9200억원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중간값'으로 타협점 찾아


가격을 두고 당초 협상했던 원매자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효성은 계열사 중 한 곳이 특수가스 사업부를 품는 것으로 결정했다. 자금이 여유 있는 곳을 찾다 보니 효성티앤씨가 지목됐다. 효성티앤씨는 이미 중국에서 NF3를 생산하고 있어 사업적 연계성 측면에서도 적합한 인수처로 꼽혔다. 전날 이사회에서 효성티앤씨 경영진은 "전세계 특수가스 생산량 2위인 효성화학의 사업부를 인수하면 효성티앤씨가 전세계 특수가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며 이사들을 설득했다. 

정확한 인수 구조는 '효성티앤씨 → 인수금융 조달 목적의 신설법인 → 특수가스 사업부'다. 특수가스 사업부 양수가액은 9200억원이다. 효성화학 측이 1조원 이상을 고집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결국 1조원 미만 수준에서 결정됐다. 평가액 밴드 상단 역시 1조310억원으로 시장의 예상 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평가다. 적정 가격이 아니면 효성티앤씨 주주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해석된다. 

가치 산정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 보면 어느 극단에 서지 않고 중위값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가치 산정 때 중요 변수인 영구성장률은 0.5~1.5% 범위 중에서 중간값인 1.0%로 정했으며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으로 불리는 할인율 역시 9.19~10.15% 사이에서 검토하다 9.65%로 확정했다. 영구성장률이 높을 수록, 할인율이 낮을 수록 가치가 높게 책정된다. 

WACC은 자기자본비용과 외부차입 조달비용을 기반으로 타인자본비용을 산출한 후, 유사 상장회사의 자본구조 평균값을 목표자본구조로 설정해 각각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의 비율에 따라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무위험이자율과 시장프리미엄은 대부분 한국10년 만기 국채수익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가이던스를 따른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6월 시장프리미엄 가이던스를 7~9%로 제시한데 따라 효성티앤씨는 중간값인 8%를 적용했다.

다른 딜과 차이는 레버리지 베타(Levered Beta), 기업규모위험 프리미엄 산출 방식에서 갈린다. 레버리지 베타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와 유사한 기업의 수치를 기반으로 정한다. 또, 소규모 회사일 수록 위험성이 높다는 가정 하에 덧붙는 기업규모위험 프리미엄은 시가총액 기준 분위수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  

동종기업은 효성화학, 원익머트리얼즈, 태경케미칼, 티이엠씨, 후성 등 5곳이다. 5곳의 레버리지 베타는 0.1~1.8%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레버리지 베타는 시총 3000억원대인 원익머트리얼즈와 시총 1000억원대인 태경케미컬 사이 값인 1.06%으로 확정됐다. 또, 기업규모위험 프리미엄은 3분위수 보다 선택 폭이 다양한 5분위수를 적용해 0.08%로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자료 제공=효성티앤씨

 

5년 뒤 연매출 5000억 이상


회계법인의 평가의견서를 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가치는 실적이 최정점을 찍는 2029년 추정 현금흐름을 핵심 지표로 삼았다. 

반도체 공급망 리서치 업체인 테크셋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NF3 수요는 8만톤 이상으로 같은 기간의 공급량(약 7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80% 수준이었던 NF3 가동률은 2026년 105%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효성 측은 NF3 전방 시장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업사이클이 예상되는 2026년 이후 지표를 유의미하게 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7년부터 AMOLED 패널의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2029년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예상 매출은 5183억원으로 작년 연매출이 1684억원임을 고려하면 5배 이상 뛸 전망이다. 이렇게 추정한데는 근거가 있다. 2025년 이후 생산자물가상승률 등이 단가에 반영되면 기존 제품 매출이 상승할 개연성이 높고 2027년부터 신규 사업 매출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설비 투자 계획이 이미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 매출은 2027년 374억원에서 2029년 137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매출원가율은 75% 내외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본적지출(CAPEX) 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신사업 투자 등으로 매년 200억~300억원 수준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2028년부터 평년 수준 보다 지출이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도출한 2029년 세전영업이익(EBIT)은 1149억원이다. 여기에 영구성장률(1%), 할인율(9.65%), 할인계수(0.6455) 등을 고려해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6682억원을 산출했다.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에 2024년 4분기부터 2029년까지 잉여현금흐름 2333억원, 비영업용자산 가치 184억원 등을 더해 계산한 결과가 바로 최종값인 양수가액 9200억원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이와 같은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효성티앤씨 주주들을 납득시키는 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