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제주항공 '유동성 위기'에 휘청이는 애경그룹

Numbers 2025. 1. 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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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유동성 위기'에 휘청이는 애경그룹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인한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부진한 주요 계열사 지원으로 이미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지주사 AK홀딩스에 적잖은 타격을 주며 그룹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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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애경그룹을 흔들고 있다. / 사진 = AK홀딩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인한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부진한 주요 계열사 지원으로 이미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지주사 AK홀딩스에 적잖은 타격을 주며 그룹의 위기를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제주항공 항공권 취소 건수는 6만 8000여 건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이후 오는 3월 29일 이전까지 출발하는 모든 항공권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대규모 항공권 환불로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항공사 현금 흐름의 주요한 항목인 '선수금'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항공권 구매자가 미리 결제하는 금액으로, 항공권 사용 전까지는 부채로 처리되고 사용 후에는 매출로 전환된다. 항공사는 이러한 선결제를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해 현금 흐름을 확보해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제주항공이 보유한 선수금은 2608억원이지만, 환불액이 반영된 후에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제주항공의 재무건전성은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사 이전인 2024년 3분기 제주항공의 유동비율은 39.4%로 이미 적정수준(통상 150~200%)에 크게 못 미쳤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39억원으로 2023년 동기(3016억원) 대비 68.9% 감소했다.

제주항공 측은 유동성 위기보다는 유가족 지원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본사 직원 대다수가 무안에 내려가 유가족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재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룹 위기로 번지는 제주항공 사태


애경그룹 다른 계열사 상황도 좋지 않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생활용품·화장품), AK플라자(백화점), 애경케미칼(석유화학), AM플러스자산개발(부동산) 총 5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 중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영업 적자를 이어오고 있고, 애경케미칼도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애경산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435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503억원) 대비 13.52% 감소했다. 

부진한 계열사를 지원하다 AK홀딩스의 재무 구조도 악화했다. AK홀딩스는 2020년부터 영업 적자를 이어온 AK플라자에 지난해에만 1792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팬데믹으로 실적이 악화됐던 제주항공에도 4년 간 유상증자로 6148억원을 쏟아 부었다. AK홀딩스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 27.29%로 2023년(55.28%) 대비 감소했다. 

제주항공 주가 하락도 AK홀딩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과 교환사채(EB) 형태로 약 2500억원을 차입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제주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12월 30일) 대비 4.67% 하락한 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제주항공이 상장된 지난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무안공항 참사 이후 3거래일간 제주항공 주가의 누적 하락 폭은 13%에 달한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