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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톡] “MBK 공개매수, 처음부터 지는싸움...목적 불분명”

Numbers 2023. 12. 20. 15:31

(사진=픽사베이)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오너가 3세인 차남 조현범 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간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이면서 주주들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이하, MBKP SS)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전날 보다 29.9% 상승한 2만1850원으로 장 마감했습니다. 공개매수가격 2만원보다 9.25% 높은 가격입니다. 

시장에서는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가보다 비싸게 사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요. 

주가는 이후 오름세를 보이다 15일 전날보다 25.06%나 빠졌습니다. 장 마감 기준 2만1150원에서 1만5850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발표하기 전보다 5.8% 낮은 가격입니다. 


"성공 가능성 낮아...주주 피해 우려"


이처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애초에 ‘성공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자칫 실패할 지도 모르는 공개매수에 뛰어들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주주들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설명인데요. 주요 원인으로 사모펀드 업계는 지분율 차이를 꼽습니다. 

국내 대형 PEF의 A대표는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MBK가 50%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국내 대형 PEF의 B임원은 “조현범 회장의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과 hy의 지분 매수로 조현범 회장측은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조금 더 매수하면 과반도 가능하다. 애초에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는 어려운 구조다. 공개매수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성공가능성이 낮고, 목적도 모호한 공개매수를 추진해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현범 회장의 지분율은 42.03%입니다.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이번에 다시 조현범 회장을 지지한 조양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2.83%로 관측됩니다. 기존 지분율 0.11%에서 지난 14일 2.72%를 추가 매수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조현범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hy(옛 한국야쿠르트)의 지분 1.5%를 더하면 조현범 회장 측 지분율은 총 46.25%로 계산됩니다. 3.76%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됩니다. 

MBK파트너스를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서는 조현식 고문의 지분율은 18.93%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최근 조현식 고문을 지지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지분 0.81%, 차녀 조희원씨 지분 10.61%를 더하면 우군 지분율은 총 30.35%입니다. 조현식 회장 측과 15.9%포인트 차이 납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로 최소 20.35%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유통 물량이 넉넉치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주주들의 인식은 주가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실패할 줄 알았을 것...리스크 감수한 공개매수"


과연 MBK파트너스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업계는 ‘알았다’는 데 무게를 둡니다. B대표는 “성공 가능성을 높일 목적이였다면 처음부터 2만4000원을 제시했을 것이다. 2만원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상대편이 공개매수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꼴이 됐다”며 “애초에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국내 대형 PEF의 C대표는 “국내 기관투자 사모펀드가 가진 투자성향과 비교했을 때 MBK파트너스의 이번 공개매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국내 중견 PEF의 D임원은 “MBK파트너스 정도의 규모와 해외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 선택”이라며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C대표는 “국내 사모펀드에게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다. 공공성, 정책적 목적 달성, 그리고 기업 친화적인 스탠스”라며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한 평판과 투자 명분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 공제회 등 공적 기관들은 정책 기관들이다. 정책에 부합하는 투자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도 마찬가지”라고 부언했습니다. 

C대표는 “주식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MBK파트너스의 전략이 이같은 투자 성향과 거리가 멀다”고 견해를 밝혔는데요. C대표는 “MBK파트너스는 현재 상당한 노이즈를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자연스럽지 않다”며 “MBK파트너스가 해외 투자자 위주로 자금을 모아서 국내 공공성이나 정책 부합성 투자 가이드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중견 PEF의 E대표는 “그룹 총수인 아버지가 손을 들어준 승계에 대해 PEF가 반대편에 선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행위”라며 “MBK파트너스가 조현식 고문의 상속이나 증여를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형제간 싸움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한국IB 시장에서 다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로 영역확장" VS "다른 목적 있을 지도"


그렇다면 MBK파트너스는 명분도 부족하고 성공 가능성이 낮은 공개매수를 왜 추진할까요? 업계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마케팅 효과입니다.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사모펀드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C대표는 “여기서 핵심은 MBK파트너스가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펀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공격적인 적대적 M&A는 행동주의 펀드를 지향하는 곳이 추진해왔다. 강성부 펀드(KCGI)의 '한진칼 경영권 분쟁',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의 SM전쟁', 황성택 대표가 이끄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한국알콜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라며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룹에 우호적인 형태로 경영권 바이아웃을 해온 MBK파트너스가 이제 정점에 이르러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 아닌가 한다”고 추측했습니다. 

E대표는 “국내에서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제외하고 PEF가 그룹사를 공격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다만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그룹을 공격할 때도 ‘명분’이 확실했다. 강성부의 KCGI가 대한항공을 공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한항공 오너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발생했고 KCGI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C대표는 “MBK파트너스가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당시와 비교했을 때 그같은 명분이 확실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주가를 올리기 위한 작전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합니다. A대표는  “해외 마케팅은 성공이 전제로 돼야 한다. 단순히 마케팅의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일단 이번 공개매수 발표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행위라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또한 의구심이 남는 추측에 불과하다. 진짜 목적은 MBK파트너스만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관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사모펀드의 영역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으로 바라보는 사모펀드도 있는데요. 다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또 다른 국내 중소 PEF의 F대표는 “강성부 펀드는 비록 한진칼의 경영권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시장에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며 "이후 승계와 상속 등 분쟁 해결을 원하는 기업들이 강성부 펀드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MBK파트너스의 이번 공개매수 추진도 자본시장이 오너의 분쟁 이슈를 흡수하는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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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톡] “MBK 공개매수, 처음부터 지는싸움...목적 불분명”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오너가 3세인 차남 조현범 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간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이면서 주주들이 매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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