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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삼킨 하림] '재무부담·해운침체' 헤쳐나갈 능력 보여줄까?

Numbers 2023. 12. 20. 07:37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오슬로호.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최종적으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비용, 해운업황 불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막중한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가운데 하림그룹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두고 시장의 의견은 분분한 모습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하림그룹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에 대한 인수 희망가로 6조3000억원~6조4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그룹보다 자금 여력이 높게 평가됐던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됐지만 ‘재무 부담’ 우려는 상존한다. 하림그룹이 대규모 차입을 통해 HMM 인수에 나선 만큼 인수 후 자금 부담이 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의 대주단을 통해 3조원 수준의 인수금융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들이 협의한 인수금융 금리는 연 7~8%대에 형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3조원을 연 8%에 빌린다고 가정할 시 이자는 연간 24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HMM의 인수 주체인 팬오션의 현재 가용 자산을 감안하면 부담되는 이자 비용이다. 3분기 기준 팬오션의 현금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물론, HMM이 12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은행과 해진공 측이 함부로 활용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HMM이 보유한 1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기도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현재 해운업황이 침체기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하림그룹에는 부담요소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10~2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만큼 다운사이클(업황 부진)을 버티려면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HMM은 지난 2011년부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이르기까지 해운업 불황으로 약 10년간 적자 상태를 이어왔고, 이에 따른 결손금이 4조원에 달했다. 올해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12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8%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954억원으로 96.4% 줄었다.

하림그룹과 하림그룹이 내세운 HMM 인수 주체 팬오션 역시 현재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핵심 자회사 팬오션 역시 해운업황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림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은 1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2644억원 대비 58.6% 줄어들었다. 3분기 팬오션의 영업이익(795억원)과 순이익(24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4%, 85%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팬오션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전년 대비 반토막난 7632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하림그룹이 HMM의 실적 하강을 버틸 체력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과도한 인수 자금으로 재무 부담도 상담한 가운데 해운 업황이 언제 개선될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캐시플로우(현금흐름) 대비 버거운 인수금융을 끌어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면서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들어갔는데, 이는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림그룹 역시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대비 체급 차이가 있는 만큼 HMM을 잘 운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의 예상보다 하림그룹이 HMM을 감당할 펀더멘탈을 갖췄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또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HMM 자체가 예전에 비해서 리스크 매니징(위험 관리) 능력 등 체력이 좋아진 데다 종합식품기업인 하림그룹이 지난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해 해운업을 잘 영위해 온 경험이 있는 만큼 충분히 하림그룹이 HMM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재동 땅을 개발해서 함께 시너지를 내겠다는 '큰 그림'도 이미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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