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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G] 입김 커지는 국민연금·3개 공익재단 I 녹십자 ②

Numbers_ 2025. 2. 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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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G] 입김 커지는 국민연금·3개 공익재단 I 녹십자 ②

녹십자홀딩스의 형제·사촌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연금과 3개 공익재단(목암생명과학연구소·미래나눔재단·목암과학장학재단)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3세들의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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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연금공단 공식 홈페이지


녹십자홀딩스의 형제·사촌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연금과 3개 공익재단(목암생명과학연구소·미래나눔재단·목암과학장학재단)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3세들의 의결권 지분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 지분을 많이 가진 국민연금과 3개 공익재단의 의결권이 향후 경영권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녹십자홀딩스 지분 6.04% 확보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283만9622주(6.04%)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410만2190주(8.72%), 미래나눔재단은 205만9600주(4.38%), 목암과학장학재단은 98만6480주(2.10%)를 들고 있다. 3개 공익재단의 지분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15.2%에 달한다. 다만 공익재단의 의결권 제한(2분의1 행사 가능)을 적용한다고 해도 이들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0% 이상이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국민연금과 3개 공익재단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에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다수 있다.

한미약품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국민연금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한미약품은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약품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4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의 손을 들어주자 임시 주총 철회를 제안한 바 있다.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국민연금의 지지를 등에 업은 4자연합이 우위에 선 상황이다. 

이밖에 최근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지난 4개월간 치열하게 이어졌던 영풍 측과 기존 경영진 간의 분쟁에도 국민연금이 개입했다. 고려아연 지분 5.15%를 가진 국민연금은 최근 고려아연 측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찬성 의사를 밝힌 고려아연 측 후보 3인이 무난히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후보들은 표대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너3세 경영자들 지분율 ‘한 자릿수’ 수준

현재 녹십자는 경영권 분쟁이 없다. 다만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분쟁 가능성은 존재한다. 경영에 참여한 3세들의 지분율이 낮아 어느 한 인물도 주도권을 잡지 못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故) 허영섭 창업주의 차남과 삼남인 허은철·허용준 형제,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녹십자홀딩스(GC) 전무 등의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허은철·허용준 형제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2.58%와 2.86%다. 

허진성 전무는 지분 0.76%만 보유하고 있다. 허 전무의 동생인 허진훈 팀장 역시 0.71%를 확보하고 있다. 오너일가 중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11.99%)이 지분을 증여한다고 해도 증여세를 감안하면 허진성, 허진훈의 보유지분은 1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과 3개 공익재단이 개입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통상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녹십자홀딩스 경영권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세들이 지분확대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대량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연금과 3개 재단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가 향후 경영권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목암생명과학연구소

 
목암연구소 이사장 허일섭…미래재단·목암재단 창업자 형제

현재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이사장은 허일섭 회장이다. 허은철 대표도 이사진에 속해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허영섭 창업주가 1984년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이다.

당시 녹십자는 세계 세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B형간염 백신 수익 중 5억원을 내놓아 재단을 만들었다. 허은철 사장은 2013~2015년 7대 연구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밖에 미래나눔재단과 목암과학장학재단도 창업주가 세웠다. 미래나눔재단, 목암과학장학재단 이사장은 허용준·허은철 대표가 각각 맡고 있다. 2005년 설립된 목암과학장학재단은 젊은 과학도를 발굴해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하며 과학기술 및 국가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2009년 만들어진 미래나눔재단은 탈북학생들이 리더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장학사업을 실시한다. 

3개 재단 중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목암생명과학연구소(410만2190주, 8.72%)다. 허용준·허은철 형제가 이사장인 미래나눔재단과 목암과학장학재단의 지분율은 각각 4.38%, 2.10%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