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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메리츠금융 질주의 ‘힘’
금융권 시총 2위 등극 대한민국 금융사에 ‘기념비’오너 조정호와 전문경영인 진옥동은 처지가 달라메리츠 성공원천 지분 51.25%…KB까지 추월할 듯2025년 2월 24일은 대한민국 금융사에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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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시총 2위 등극 대한민국 금융사에 ‘기념비’
오너 조정호와 전문경영인 진옥동은 처지가 달라
메리츠 성공원천 지분 51.25%…KB까지 추월할 듯
2025년 2월 24일은 대한민국 금융사에 상당히 의미가 있었던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시장 투자자들의 메리츠금융에 대한 평가가 신한지주를 처음으로 넘어선 날이다. 메리츠금융 시가총액이 23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신한지주 시총 23조7630억원을 앞섰다. 금융지주 선두 KB금융 시총에는 아직 8조원 이상 미치지 못하지만 메리츠금융과 신한지주의 2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회사의 시총은 이날 이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금융지주 시총 선두 탈환을 위해 절치부심 중인 신한지주 앞에 메리츠금융이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메리츠금융은 우리금융(2023년) 하나금융(2024년)의 시총을 차례로 이미 추월한 바 있다.
메리츠금융의 시총이 약진한 것은 단순한 경영실적 개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관행처럼 굳어진 은행계 지주사 중심의 ‘빅4’ 체제에 비은행 금융지주가 도전해 마침내 시총 선두경쟁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조정호 회장은 재벌가 한진의 막내로 비은행 중소금융사(동양화재, 당시 시총 1700억원)를 물려받아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이뤄내며 은행계 금융지주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많은 재벌그룹이 추진하는 기업분할과 중복상장 추진에 역행하는 파격적 전략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상장을 폐지하며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성공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계기로 경이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펴며 시총이 급격히 증가했다. 조정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고 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메리츠금융의 성공 요인은 여러가지다. 조정호 회장이 시장에 약속하고 실행한 주주 친화적인 정책과 전문가를 우대하는 경영철학은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요인이다. 1인 지배체제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매년 번 돈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원칙은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조정호 회장의 경영정책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훨씬 이전부터 조정호 회장은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많은 재벌그룹은 장래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부를 떼어내 중복으로 상장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오히려 이미 상장된 주력 계열사를 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했다. 그 결과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은 줄었지만 지주사의 계열사 지배력은 강화됐다.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지면서 시장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
오너의 비즈니스 이해가 깊고 영입한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조정호의 경영스타일도 메리츠금융 성공의 원동력이다. ‘은둔의 경영자’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강력하게 메리츠금융을 지배하는 카리스마를 시장은 높게 평가한다. ‘대주주 1주와 소액 개인주주 1주의 가치는 동일하다’ ‘최고 인재와는 몸 값 흥정을 안 한다’ 등은 조정호를 상징하는 경영 슬로건이다. 멋진 경영 슬로건이 실제 경영현실을 지배하려면 핵심 경영정책이 중단 없이 일관되게 실행되어야 하는 데 메리츠금융에서는 이게 현실이 됐다.
조정호 회장이 주주 친화적인 경영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뛰어난 전문가를 영입해 과감하게 보상하며, 장기간 믿고 맡기는 ‘힘’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 지분 51.25%를 보유한 실질적인 절대 대주주다. 경영권 위협 없이 지배구조를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확고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러한 소유지배구조에서 나온다.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는 대체로 외국계 펀드 국민연금 국내 기관투자자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동일인 소유한도가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지배주주가 존재할 수 없다. 은행계 금융지주 지배구조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경영한다.
은행계 금융지주의 소유지배구조는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오너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는 메리츠금융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은행계 금융지주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메리츠금융은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오너 경영자의 경영철학을 일관성 있게 관철할 수 있다. 51.25% 지분은 조정호 회장이 외부 주주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다. 메리츠금융은 보수적인 다른 금융사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과감한 투자와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통해 수익성을 차별적으로 높여왔다.
이에 비해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는 주기적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리며 특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소유 분산으로 지배주주가 없는 게 제일 큰 원인이다. 외부 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데다 규제의 영향으로 태생적으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꾸준히 추진하기보다 단기적인 실적개선에 집중하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다.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는 단기적인 실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높이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메리츠금융의 조정호 회장과 신한지주의 진옥동 회장은 같은 회장이지만 처지는 전혀 다르다. 재벌가 막내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중소금융사를 은행계 금융지주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시킨 조정호는 1인 대주주 오너 경영자다. 이에 비해 진옥동은 재일동포 외국계사모펀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요 주주인 이사회중심의 지배구조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임기가 정해진 샐러리맨 회장일 뿐이다. 조정호 회장은 주주평등주의를 내세우는 확고한 경영철학을 관철시키며 금융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경영실적이 일취월장하다보니 대주주와 임직원은 좋은 성과보상으로 기분이 좋고 회사를 믿고 투자해준 주주에게 넉넉한 수익으로 되돌려주니 이해관계자 모두가 즐거워한다.
메리츠금융의 성공은 단순히 사업운이나 시장환경 변화로만 설명할 수 없는 남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조정호의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경영전략 추진이 이뤄낸 복합적 결과다. 그리고 조정호의 리더십과 과감한 베팅은 안정적인 소유지배구조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은 차별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 조정호의 지분율 51.25%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조정호의 지분 51.25%는 메리츠금융의 안정적 성장과 장기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다. 조정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추진전략이 올바른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KB금융까지 제치고 금융지주 시총 선두자리도 넘볼 수 있을 것 같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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