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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포스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표준’

Numbers_ 2025. 3. 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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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포스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표준’

회장 3연임 주총 특별결의·사외이사 개별 평가도정권 바뀔 때마다 CEO리스크 막기 위한 고육책KB 신한 하나 우리등 금융지주사도 검토해볼 만 지난해 1~2월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 퇴진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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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3연임 주총 특별결의·사외이사 개별 평가도
정권 바뀔 때마다 CEO리스크 막기 위한 고육책
KB 신한 하나 우리등 금융지주사도 검토해볼 만  

지난해 1~2월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 퇴진과 장인화 회장 선임을 전후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소유분산 기업’으로 주인이 없는 현실에서 당시 6.7%의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이유로 해외 순방 때마다 ‘패싱’ 당했던 포스크에 대해 경찰까지 나서 이른바 ‘외유성 호화 이사회’와 관련해 사내·사외 이사들을 입건, 수사에 나섰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장인화 회장이 선임되고 사태는 수습됐지만 포스코는 이를 계기로 거버넌스 개선에 나섭니다. 장인화 회장부터 취임사에서 선진적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20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회장 연임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공시했습니다. 회장이 3연임 하려면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적용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받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연임 횟수에 상관없이 ‘보통결의 요건’을 적용해 출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면 가능했습니다.

CEO는 경영성과만 좋다면 3연임이든 4연임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소유분산 기업에서는 이게 어렵습니다. 대통령만 바뀌면 CEO를 바꾸려 합니다. 임기가 만료되면 연임을 못 하게 하고, 잔여 임기가 많이 남아 있으면 노골적으로 검찰이나 경찰, 당국을 동원해 쫓아내기까지 합니다. 포스코 KT KT&G가 늘 그랬습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도 비슷합니다.

포스코는 회장 연임에 대한 규정을 까다롭게 만들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거취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인 듯합니다. 포스코는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5% 이상 가진 대주주가 없는 확실한 소유분산 기업이기 때문에 주총 특별결의로 3연임을 제한하면 대단한 경영성과를 내지 않으면 사실상 연임이 어려울 것입니다.

연임 제한만 놓고 보면 포스코홀딩스보다 더 까다로운 곳이 KT입니다. KT 역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회장 거취와 관련해 9개월여에 걸친 진통 끝에 2023년 6월 김영섭 회장을 선임하면서 신규 후보는 주총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2연임이든 3연임이든 연임 후보는 특별결의로 주총 참여 주식의 3분의 2(66.7%) 이상 찬성을 얻도록 바꿨습니다.

KT가 포스코에 비해 CEO 선임 조건을 더 엄격하게 했지만 신임 회장 선임 때 60%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상법에도 없는,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소유분산 기업이 회장 연임 조건을 강화해 정치적 외풍을 막겠다면 신임 회장 선임 시에는 주총 보통결의 요건을 적용해 참석 주식의 절반 이상 동의를 얻도록 하고, 연임이나 3연임 시에는 특별결의 요건을 적용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소유분산 기업에서 포스코홀딩스나 KT처럼 CEO의 연임 조건을 까다롭게 한다고 정치권력이나 당국이 자율에 맡길 거라고 판단하면 오산입니다. 정치권력과 당국은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내·외 이사진을 구축해 이사회를 주무르는 이른바 ‘참호구축’을 늘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소유분산 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사회이고 이사회의 중심은 사외이사입니다. 이들 사외이사가 그룹 CEO를 선임합니다. 따라서 사외이사 선임에 CEO 등 집행부의 입김을 차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후보 추천위원회’와 ‘회장후보군 관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해 운영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외이사 선임에 CEO의 영향력 행사는 물론 사외이사들이 끼리끼리 해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을 운영합니다. 자문단은 사외이사 못지않은 명망가들로 구성되며, 사외이사들조차 이들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은 대략 100명 정도의 후보군 풀을 둡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기존의 사외이사가 퇴진해 새로 선임해야 할 경우 사외이사 후보 추천단에서 100명 정도의 후보군 중 5명의 후보를 추천합니다.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이사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들 5명의 후보군 중 결원이 생긴 사외이사 후보를 최종 결정해 주주총회에 올립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은 회장 등 집행부는 물론 기존의 사외이사들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지난해 초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을 막은 것은 국민연금과 정치권력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회장 등 집행부와 사외이사들, 그리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이 모두 독립적으로 움직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포스코홀딩스 집행부와 사외이사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과거 KB금융의 경우처럼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회장 3연임 요건을 강화할 때도 장인화 회장은 그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이사회를 믿었고 결정을 존중했습니다. 사외이사들도 자신들이 뽑은 장 회장에 신뢰를 표합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권한이 너무 큰 데 따른 견제 장치도 둡니다. 바로 사외이사들 개인에 대한 평가입니다. 지금까지는 이사회 전체에 대해서만 평가했지만 올해부터 사외이사 개인의 활동을 평가해 연임 때 참고하고 반영합니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포스코홀딩스의 거버넌스는 적어도 소유분산 기업은 물론 국내 모든 기업의 표준이 될만합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오너가 있는 기업들도 앞으로 1~2대만 더 내려가면 모두 ‘소유분산 기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 유럽 일본의 기업들을 봐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포스코홀딩스의 거버넌스는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지속가능기업’을 꿈꾼다면 모두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대상입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의 거버넌스를 제일 유심히 관찰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곳은 KB 신한 하나 우리 등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들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교체되면 포스코나 KT 못지않게 지배구조와 회장 거취를 둘러싸고 리스크에 시달리는 곳이 은행계 금융지주사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정권 실세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배구조 모범 관행’까지 만들어 금융지주 회장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연임하거나 후계자 선정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사외이사들을 뽑는 이른바 ‘참호구축’을 못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은행계 지주 금융사들의 거버넌스는 포스코홀딩스에 비하면 개선해야 할 게 많습니다. 당장 사외이사 선임부터 지주 회장의 입김이 너무 세게 작용합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 등이 있지만 형식적이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뽑아 ‘참호’를 구축합니다.

재임 중 내세울 만한 경영성과가 없어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연임이 기본이고 다수의 금융지주 회장들은 3연임에 도전합니다. 실제로 3연임한 사례도 많습니다. 심할 경우 ‘문책경고’의 징계를 받고도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까지 해가며 시간을 끌어 연임에 나섭니다.

포스코그룹은 해외부문 비중이 60%를 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에 비해 금융지주사들은 해외 비중이 10~20% 불과한 내수기업입니다. 게다가 금융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입니다. 따라서 금융지주 회장이 무조건 연임하고 3연임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적으로 IBK기업은행과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정부가 인사권을 갖기 때문에 단임이 관례입니다. 은행장 연봉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됩니다. 연임도 못하고 연봉도 매우 적지만 기업은행은 보험사나 증권 자회사를 빼고 보면 경영성과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도 포스코홀딩스처럼 회장이 연임하거나 3연임 하려면 주총에서 특별결의 요건을 적용하고, 사외이사 선임에는 회장의 입김이 철저히 배제되도록 방화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 이사회와 사외이사 개인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이사회와 사외이사들이 권력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권이 교체되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지만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포스코홀딩스의 거버넌스는 주인 없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벤치마킹할만한 합니다. 국민연금이나 금융당국의 고위 인사들 중에도 금융지주 회장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도 참고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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