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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MG손보만의 문제일까?
M&A 보험사 신속 정리해야 보험시장 정상화CSM 자본 포함, K-ICS비율 착시로 관리 혼선‘조정 지급여력비율’ 100% 초과 5개사 불과이번 달 13일 메리츠금융이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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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보험사 신속 정리해야 보험시장 정상화
CSM 자본 포함, K-ICS비율 착시로 관리 혼선
‘조정 지급여력비율’ 100% 초과 5개사 불과
이번 달 13일 메리츠금융이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보험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매물로 나온 보험사의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전히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MG손보뿐 아니라 KDB생명 롯데손보 동양생명 ABL생명 등의 매각진행이 지체되면서 보험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MG손보는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 메리츠금융이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고용승계 조건 등 노조와 이견으로 실사에 돌입하지도 못한 것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MG손보의 실질가치가 충분하다면 메리츠금융이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험업 성장이 둔화되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오히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자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MG손보가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메리츠금융의 MG손보 인수 포기는 부실 보험사 정리를 지연시키고 보험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인수자가 추가로 나타나지 않으면 MG손보와 예금보험공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거나 청산절차를 밟는 정도일 것이다. P&A 방식의 보험계약 이전은 메리츠금융이 제시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IFRS17 시행으로 보험계약집합에서 손실부담액이 인식되는 즉시 비용으로 처리돼 손실로 나타난다. 보험사가 부실보험사의 손실계약을 인수하기 힘든 이유다. 124만명의 MG손보 가입자의 불안 증가와 편익 감소로 보험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 확실하지만 마땅히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 거래하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보험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기 어려워지는 등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손해만 커진다.
지난해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이 급속히 하락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9월말 보험사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적용 전)은 생보사 191.2%, 손보사 218.7%로 전년말에 비해 각각 17.5% 3.2%포인트 하락했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의 도입 영향으로 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시행을 계기로 요구자본량이 증가하면서 2021년 이후 보험사는 신종증권 후수위채 등 자본증권 발행을 급격히 늘려왔다. 자본관리 규제 변경으로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이 증가하고 자본의 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나자 제도운영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달 11일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금융당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K-ICS 비율관리규제 가이드라인을 바꾸기로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K-ICS비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완화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에 착시를 불러오고 과도한 영업경쟁을 초래한 원인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지목된다. K-ICS에서 CSM은 조정준비금 항목으로 건전성회계의 순자산(자본)으로 분류한다. 자본은 비예상손실(Unexpected Loss)이 발생하면 그 층격을 흡수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하지만 CSM을 전액 규제자본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CSM이 반영된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자본관리와 배당정책 등을 결정하는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현실 정합성이 매우 중요하다. 보험계약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미래의 수익을 현재가치로 인식하는 CSM은 IFRS17에서 보험사의 부채로 인식한다. CSM은 개념적으로 미래의 가용자본이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가상의 이익이다. 예상하지 못한 손실에 즉시 활용해야 하는 자본으로 CSM을 모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미래에 발생할 재무적 부담에 대비할 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준비한다. 예측이 가능한 영역과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구분해 대응한다. 전자는 예상손실(Expected Loss)로 정의되며 통계적으로 평균값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부채’로 적립한다. 후자는 평균을 벗어난 비예상손실(표준편차)로 ‘자본’을 쌓아 대응한다. 비예상손실에 대비하는 자본의 속성은 신속한 손실 흡수능력이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따라서 CSM을 모두 지급여력 가용자본으로 분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실흡수의 즉시성, CSM산출의 기준과 평가결과 불확실성, 국제적 운용사례 등을 감안할 때 보험사의 건전성과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자본에 CSM을 전액 포함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CSM이 자본을 증가시키는 재원인 점은 맞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지급여력을 과대평가하고 재무건전성의 실체적 상황을 오판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의 ‘조정 지급여력비율(CSM과 자본증권 제외)’은 전체적으로 매우 낮다. 실질적인 손실흡수능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 ‘조정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긴 보험사는 5개 회사에 불과하다. 전업계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이 각각 130% 127% 112%이고 금융지주 계열은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가 각각 145% 118% 수준이다. 나머지 보험사는 모두 100%에 미치지 못한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DB손보 메리츠화재 등 대형사가 각각 93% 80% 83% 70%로 그나마 상대적으로 높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손보 MG손보 KDB생명은 각각 -2% -3% -45%로 실질적인 손실흡수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대형사 가운데 KB손보와 현대해상이 54% 수준이며 금융지주계열의 중소형사 iM라이프 IBK연금은 각각 15% 10%로 저조하다. 그 외에 대다수 보험사의 ‘조정 지급여력비율’이 30~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MG손보는 추가적인 인수자가 없으면 계약이전이나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보험계약만 취사선택해서 인수하는 P&A방식이 아니면 계약인수에 참여할 보험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MG손보가 청산될 경우 해약환급금 기준으로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법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서비스가 필요한 154만건의 계약에 가입하고 있는 124만명의 보험가입자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다시 찾아야 한다. 신규가입 가능 여부도 불투명하고 장기간 보험계약을 유지하며 확보한 혜택도 모두 상실된다. 보험회사가 망하면 주주와 예금보험공사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회사와 금융당국을 믿고 거래한 고객의 피해는 더 크고 심각하다. 보험사 자본관리를 보수적으로 다시 살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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