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CFO 리포트] MBK 성공은 홈플러스 몰락의 원인

Numbers_ 2025. 3. 18. 15:16

▼기사원문 바로가기 

 

 

[CFO 리포트] MBK 성공은 홈플러스 몰락의 원인

홈플러스 인수 LBO 방법 MBK 성공 투자전략기업 장기성장·산업발전 기여에는 실패한 전략공시강화, 배당·자산매각 제한, 차입 규제 필요사모펀드가 돈을 버는 방식은 지분이나 경영권을 인수한

www.numbers.co.kr


홈플러스 인수 LBO 방법 MBK 성공 투자전략
기업 장기성장·산업발전 기여에는 실패한 전략
공시강화, 배당·자산매각 제한, 차입 규제 필요

사모펀드가 돈을 버는 방식은 지분이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가치를 높여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이나 경영권 등 파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사모펀드는 피인수기업을 장기로 경영할 생각은 애당초 전혀 없고 한시적인 펀드의 구조상 가능하지도 않다. 인수대상 기업의 지속성장이 사모펀드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는 의미다. 법 테두리 안에서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의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이나 레옹 왈라스(Leon Walras)의 ‘일반균형이론’을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내 잘 살겠다고 타인을 괴롭히면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터득할 수 있는 삶의 지혜다. 홈플러스 회생신청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주주인 MBK의 대응에 이해관계자의 실망이 크다. 업계 1등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는 단기수익 추구에 매몰된 사모펀드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 사모펀드가 경제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신청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거액으로 인수한 업계 2위의 대형 유통사를 사전 자구노력 시도 한번 없이 곧바로 회생신청에 들어갔다. 금융시장과 국민경제에 큰 상처가 아주 깊고 오래 남을 것 같다. 더구나 회생신청 직전에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속였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홈플러스가 이렇게 빨리 법정관리로 들어갈지 사전에 눈치를 챈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입점 업체와 납품기업, 그리고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와 중개 금융사만 믿은 채권투자자의 불안과 고통이 매우 크다. 과연 홈플러스의 경영위기는 아무도 몰래 조용히 찾아든 ‘도둑 고양이’일까?

2015년 MBK가 거액을 투자해 인수했을 때만해도 시장은 홈플러스의 경영개선과 건강한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당초 기대와 정반대로 급작스러운 회생신청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MBK의 인수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자본성조달은 3조2000억원이고 나머지 56%에 달하는 4조원은 금융기관 차입이었다. 당연히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됐다. 인수전략으로 자주 사용하는 LBO방식이다. LBO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자본 효율성이 높아 투자자에게 아주 매력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피인수기업은 대규모 부채를 단기에 떠안는 위험한 전략이다.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MBK 인수 직전인 2015년 144%였지만 2019년 608%, 2024년 3212%로 급격히 악화된다.

금융기관 차입증가로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매출부진으로 홈플러스의 재무건전성은 갈수록 나빠졌다. 우량자산을 매각하거나 매각 후 재임대(S&LB)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의 미래가치보다 MBK의 인수금융 상환에 우선 사용했다. 유휴부동산을 내다파는 경영효율화와는 거리가 멀다. 2019년 이후 5년 동안 홈플러스의 유형자산은 1조 8325억원 감소하고 장기차입금은 2조 530억원이 줄었다. MBK의 LBO방식 인수와 홈플러스의 S&LB 전략은 금융비용과 임차비용을 상승시켜 장기적인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2019년~2023년 5년 동안 누적 금융비용이 2조 1062억원이고 당기순손실은 1조 5011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시장의 정체와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유통시장 재편 흐름에도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늘어나는 재무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극약처방으로 ‘선제적’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장기적 기업가치 증진보다 단기적 수익 확보에 집중한 MBK의 인수전략이 홈플러스 몰락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홈플러스의 회생신청을 계기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그동안 잠복해 있던 사모펀드의 인수전략과 투자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금융자본인 사모펀드가 잘 알지도 못하는 비금융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금산분리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기관이 특정기업을 지배하고 지원해 공정경쟁과 건강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은행법이나 금융지주법에서 정하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현행법상 금산분리 적용대상에 제외된다. 그럼에도 별다른 제약 없이 사모펀드가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모펀드의 자금운용기간은 보통 5~10년으로 알려진다. 기업을 인수한 후 인력 효율화와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주로 사용된다. 배당과 자산매각으로 초기 투자금을 최대한 신속히 회수하고 기업공개나 재매각으로 빠져나간다. 이러한 사모펀드의 속성은 영속기업으로서 장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일반기업의 경영원칙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홈플러스는 영업이 잘되는 핵심지역의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점포운영비 등 판매관리비를 줄이며 단기수익 증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업점 임차비용을 증가시키고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 유통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켰다는 비난이 많다. 산업과 기업의 지속성장이 아니라 사모펀드 투자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한 결과가 홈플러스의 회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해 경영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규제는 없다. 시장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강화와 제도개선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모펀드는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지만 일반기업과 달리 공시의무가 많지 않고 외부견제와 감시가 거의 없다. 경영실패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폐해가 커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효율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 인수가 많기 때문에 경기침체 등 거시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는 비단 국내만은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사모펀드 경영활동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피인수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인수 후 일정 기간동안 배당과 자산매각을 금지하고 사모펀드의 경영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펀드조성과 운영을 공개하지 않는 사모펀드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중인 사모펀드에 대한 외부감시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 단기이익 중심의 사모펀드 경영행태가 자발적으로 바뀌길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다. 공시의무강화 부채활용규제 노동자 보호장치 등 사모펀드가 책임 있는 투자자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피인수기업의 산업내 영향도와 비즈니스 특성 등을 감안해 사모펀드의 책임을 강화하고 감독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LBO방식의 기업인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하는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사모펀드가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먹튀 자본’ 논란에서 벗어나 산업발전과 고용창출 등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