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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삼성 금융사가 제값 받는 날
국내 금융그룹 중 삼성 금융사 순이익 가장 많아‘삼성생명법’ 재발의로 그룹 거버넌스 논란 우려삼성 금융사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완성이번 달 19일 금융위가 삼성화재의 삼성생명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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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그룹 중 삼성 금융사 순이익 가장 많아
‘삼성생명법’ 재발의로 그룹 거버넌스 논란 우려
삼성 금융사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완성
이번 달 19일 금융위가 삼성화재의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삼성화재를 마지막으로 삼성 금융사가 모두 삼성생명의 자회사가 됐다. 삼성화재의 밸류업 일환으로 자사주(15.93%) 소각이 이루어지면 삼성생명이 보험업법을 위반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보험업법에서 보험사는 자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지분 15% 이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밸류업 일정에 맞춰 자사주 비중을 5% 이내로 줄이면 삼성생명 지분이 14.95%에서 17%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자금부담 없이 삼성화재 지분을 2%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두 가지다. 삼성화재의 ‘독자경영 보장’과 삼성의 ‘지배구조 현행 유지’다. 삼성화재 독자경영은 삼성화재의 주주 달래기 용으로 회사가 내놓은 것이고 지배구조 현행 유지는 삼성 오너가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금융당국의 메시지로 이해된다. 삼성화재 CFO는 "자회사로 편입돼도 사업운영과 거버넌스 변동사항은 없다"고 했다. 이복현 원장은 "기계적으로 증가한 지분율을 해소하는 단순한 법적 절차이므로 실질적인 지배구조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이 20~30%를 넘지 않는 이상 당장 지배구조에 큰 변화는 없다. 그럼에도 최근 야당 정치권에서 보험업법 개정이 발의되는 등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화재의 경영실적이 모기업인 삼성생명을 압도하고 있다. 2024년 별도기준으로 삼성화재 당기순이익은 2조478억원으로 삼성생명 1조4869억원보다 무려 5609억원 많다. 보험사 미래 수익원인 CSM 역시 삼성화재가 14조 740억원으로 삼성생명 12조 9020억원을 추월했다. 우수한 실적과 밸류업 활동으로 시장 투자자 역시 삼성생명보다 삼성화재를 더 선호한다. 3월 현재 삼성화재 시총은 18조 5000억원으로 삼성생명 17조 2400억원을 앞서고 있다. 생보와 손보의 업황 차이 탓으로 돌리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탁월한 경영실적 시현과 주주가치 제고에 진심인 삼성화재의 독자경영이 자회사 편입으로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시장은 우려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가정 큰 약점은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라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자회사 편입으로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사 단일 지배구조가 강화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금융부문 분리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요구하는 시장과 금융당국의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곳은 삼성 금융그룹이다. 지난해 삼성의 금융 4사(생명 화재 증권 카드) 당기순이익 합계액은 5조 1272억원이다. 은행계 금융지주의 선두인 KB금융의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보다 많다. 요즘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메리츠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3334억원으로 삼성 금융4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3월21일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시총 증가율은 메리츠금융 35%, KB금융 20%, 삼성 금융4사 합계 7% 순이다. 삼성의 금융 모기업인 삼성생명 시총은 10% 감소하며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화재에 역전을 당한 지 오래되었다.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기업이 나오지 못하느냐’는 고 이건희 회장의 질문에 아직 삼성 금융사는 답을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이익을 제일 많이 내는 삼성의 금융사는 과연 언제쯤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비은행 금융지주를 대표하며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는 메리츠금융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크다. 삼성의 당면 과제가 반도체 기술경쟁력 확보 만은 아니다. 불안정한 지배구조는 삼성을 괴롭히는 오래된 숙제다. 삼성의 위기는 이재용의 낮은 삼성전자 지분율(1.63%)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당장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 같다. 순환출자구조를 피하면서 적은 돈으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지키려면 계열사 자본을 활용하는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삼성의 금융사가 시장의 합리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삼성의 지배구조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삼성생명을 떼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8.51%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이재용은 삼성생명 10.44%를 보유한 2대주주 겸 삼성물산 18.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재용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유지하거나 아니면 다른 계열사로 넘겨야 한다. 3월 21일 현재 시가 31조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주식 이전에 따른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인수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굳이 당장 지배구조 변화를 도모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 등 삼성 지배구조 변화를 초래할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지분 51.25%로 그룹을 직접 경영하는 메리츠금융의 1인 지배주주 조정호와 삼성전자 지분 1.63%와 복잡한 계열사 지분구조로 그룹을 경영하는 이재용의 처지는 다른 것 같다. 메리츠금융이 100% 완전자회사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조정호의 메리츠금융 지분이 79%로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배구조 개편 후에도 조정호는 지분 51.25%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배구조를 개편해 그룹의 자본을 지주로 집중하고 경영효율을 도모한 조정호의 결단과 리더십은 높은 지분율로 확립된 지배구조 덕분이다.
삼성화재의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금융그룹으로서 경영투명성과 금융안정성 제고를 위해 향후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편을 권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제정 이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 금융계열사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미 자산운용을 100% 완전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증권 29.4%, 카드 71.9%, 화재 15.0% 등으로 자회사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가 특수관계인은 삼성생명 지분을 54.35% 보유하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그늘에서 벗어나야 시장이 삼성 금융사를 제대로 평가할 것 같다.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화재가 당기순이익·시총·CSM 등 모든 경영지표에서 삼성생명을 앞선다. 삼성 금융사의 밸류업은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확대하여 자본을 효율화하고 시너지로 창출한 부가가치를 모두 향유할 수 있는 지배구조 체제로 전환해야 완성될 것이다. 아직 오너의 ‘사법리스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리스크’까지 우려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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