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소송

유죄로 뒤집힌 김태오 전 DGB 회장…캄보디아 현지법 위반 '주목' [자본시장 사건파일]

Numbers 2025. 3. 27. 15:21

▼기사원문 바로가기

 

 

유죄로 뒤집힌 김태오 전 DGB 회장…캄보디아 현지법 위반 '주목' [자본시장 사건파일]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는 김태오 전 DGB금융그룹 회장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를 받은 데에는 현지법을 위반했다는 해석이 작

www.numbers.co.kr

대구고법 전경 /사진=박선우 기자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는 김태오 전 DGB금융그룹 회장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를 받은 데에는 현지법을 위반했다는 해석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심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외국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고법 형사2부(정승규 부장판사)는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DGB대구은행 글로벌 사업부장 A 씨 등 3명에게는 징역형 및 집행유예 2~3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1심은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 SB를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현지 공무원에게 로비 자금 350만달러를 주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300만달러를 DGB SB가 매입하려던 캄보디아 부동산 매매대금에 포함되는 것처럼 꾸며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2심은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로 판결했지만,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아 유죄로 판단했다.

2013년 대법원은 "회사가 기업 활동을 함에 있어 형사상의 범죄를 수단으로 해서는 안 되므로 뇌물공여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은 회사가 기업 활동을 함에 있어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의 이사 등이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회사의 자금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면,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업무상 횡령죄를 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2011도9238 판결 등).  

재판부는 '기업 활동을 하며 형사상의 범죄를 수단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위 법리가 다른 국가의 형사상 범죄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했다. 캄보디아 현지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뇌물수수 혐의를 규정한 캄보디아 형법 제605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은행 자금을 형사상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처분한 것"이라며 "오로지 은행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 등으로 행해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횡령죄의 성립 요건인) 불법영득의사에 근거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업무상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피고인들도 은행이 상업은행 인가를 취득하는 데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적인 행위로서 은행 등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닌 것으로 인식했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파트원의 배중섭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1심 무죄를 유죄로 뒤집는 가장 주된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의 행위가 캄보디아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은 판례의 전제(형사상 범죄가 수단이 됐는지 여부)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들과 검찰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