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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텍 유상증자]② 내부거래·순환금융 중심에 선 '2세 개인회사'

Numbers_ 2025. 4.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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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텍 유상증자]② 내부거래·순환금융 중심에 선 '2세 개인회사'

오텍그룹의 오너2세들이 독자경영하는 ‘에스에이치글로발(SH글로발)’은 전기전자 전문업체 ‘에프디시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주회사 오텍이 SH글로발과 지분관계가 없기 때문에 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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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프디시스 홈페이지 캡처


오텍그룹의 오너2세들이 독자경영하는 ‘에스에이치글로발(SH글로발)’은 전기전자 전문업체 ‘에프디시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주회사 오텍이 SH글로발과 지분관계가 없기 때문에 에프디시스도 특수관계기업 정도로 분류된다. 다만 매출 대부분이 그룹 내에서 발생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그룹 내부에서 운영되는 회사에 가깝다.

최근 오텍이 추진 중인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도 에프디시스는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자회사 씨알케이, 에프디시스 등을 거쳐 조성된 복잡한 차환 구조를 정리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자금의 수혜처는 아니지만 차환 구조의 핵심 경로였던 만큼, 이번 정리 과정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평가다.

2세 강신욱·강신형→SH글로발→에프디시스

에프디시스는 오텍그룹 계열 가족회사 SH글로발 산하의 공기조화장치 제조업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터치패널 제조업체 ‘한국터치스크린’이 전신이다. 오텍이 2007년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양수했다. 이후 2017년 대부분의 지분을 정리했고, 이듬해 신설법인 SH글로발이 50.3%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에프디시스가 오너2세의 실질 지배를 받는 회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SH글로발의 지분은 강성희 오텍 회장과 장남 강신욱 전무, 차남 강신형 상무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강 전무와 강 상무의 지분율이 각각 40%로 가장 높다. 지주사인 오텍의 최대주주가 강 회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계 구도는 이 에프디시스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H글로발 지분구조 /사진=SH글로발 감사보고서
 
에프디시스의 매출도 그룹의 중추인 오텍캐리어가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에프디시스는 6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571억원이 오텍캐리어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의 94%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텍캐리어는 ‘캐리어(Carrier) 에어컨’으로 알려진 냉난방기기 생산기업이다. 에프디시스는 해당 냉난방기기 생산에 쓰이는 부품을 제조해 오텍캐리어에 납품하고 있다. 지배구조상 연결 범위 밖에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룹 내부 거래에 기반해 운영되는 회사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에프디시스가 최근 몇 년간 오텍그룹 자금 순환 구조의 ‘경유지’로 반복 등장했다는 점이다. 핵심은 상환우선주(RPS)다. 에프디시스는 2016년 11월,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00억원 규모의 RPS를 발행했는데, 인수자는 모두 오텍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들이었다.

에프디시스가 발행한 상환우선주 /사진=오텍 사업보고서

 
이들 SPC는 자산담보부대출(ABL)을 활용해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차환하면서 자금을 순환시켜 왔다. 요약하면 SPC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해 에프디시스의 RPS를 인수하고, 여러 차례의 차환을 거쳐 또 다시 RPS를 매입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10곳에 이르는 SPC와 그룹 계열사들이 차입금 만기 대응과 유동성 공급 목적으로 동원됐다.

순환구조 일부 정리, 비용은 주주 몫

RPS는 회사가 상환하거나 주주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의결권 없는 우선주다. 최대주주 SH글로발 입장에서는 오텍그룹 계열사로부터 지배력 침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SPC를 활용한 ABL 발행이었던 만큼, 2세 지배회사를 회계상 손실 없이 우회적으로 지원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텍의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회사 재무구조 개선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표면적으로는 씨알케이 채무상환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간 반복된 SPC 기반 자금 순환 구조를 외부자금으로 끊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SPC와 계열사를 통한 차환 구조에서 벗어나는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추진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연매출이 9000억원대에 달하는 오텍이 굳이 184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발행될 신주가 기존 주식의 절반을 넘는다는 점에서 지분 희석,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오텍의 최대주주 측은 배정받은 유상증자 신주 물량에 대해 100% 청약을 약속했다. 지분율에 따라 모집 금액 184억원 중 59억원을 직접 부담하게 되지만, 신주에 따른 지분 희석은 피할 수 있다.

오텍 관계자는 “최대주주는 100% 청약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강성희 회장은 23.81%, 특수관계인인 강신욱 전무와 강신형 상무는 2.78%, 3.78%를 각각 보유하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